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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만자로의 만년설아 기다려라! 내가 간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가지 이상의 콤플렉스를 갖고 살아간다.

그것은 사람마다 제각각이겠지만 대부분 성격의 문제이거나 외모, 신체적 장애 중 하나일 것이다.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에는 자신의 신체적 장애를 딛고 일어선 한 공무원이 있다.

백암면사무소 총무과에 근무하는 이길재(34·남) 주사가 바로 그 주인공.

지난 1988년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이 주사는 부친상을 당한 친구의 상갓집에 다녀오던 길에 불운의 사고를 당해 왼쪽 팔을 사용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는 “비록 한쪽 팔을 잃었지만 남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 나에게 장애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살아왔다”고 털털한 웃음을 짓는다.

이어 “생활하면서 다른 사람들보다 일처리가 조금 느리긴 해도 절대로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았다”며 위풍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대학을 졸업한 후 노인복지회관에서 2년 동안 근무한 뒤 지난 1999년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그는 ‘무슨 일을 하든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각오로 쓰레기 처리 등 남들이 꺼려하는 일부터 시작해 어떠한 일이든 언제나 남들보다 앞서 일해 왔다.

이렇게 용인시민들을 위해 하는 7년 동안 ‘자랑스런 공무원(경기도지사)’ 표창을 비롯해 ‘연말 우수공무원(용인시장)’, ‘친절공무원(용인시장)’ 등 4차례에 걸쳐 표창을 받으며 주위 사람들의 귀감이 되기도 했다.

이 주사는 “표창은 내가 잘해서 받은 것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이 함께 노력해서 받은 것”이라며 “무조건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뛰어들었기에 내가 대표로 받은 것 같다”고 오히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칭찬했다.

그는 “두 팔이 해야 할 일을 한 팔로 모두 해야 하는 처지라 내가 해야 할 일도 선배 직원에게 미루고 뒤로 물러설 때가 많다”며 “그분들에게 언제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길재 주사가 이렇듯 장애를 딛고 일어서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있었다.

그는 전국에서 열리고 있는 각종 마라톤 대회를 비롯해 등산 활동을 통해 체력과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에게 보여 줄 수 있는 당당한 자신감을 키우고 있다.

이 주사는 “지난 2004년 용인에서 처음으로 개최됐던 용인관관마라톤대회에 직원들과 함께 5km코스에 참가했다”며 “완주하지 못한 채 좌절하는 모습을 주위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기 위해 헬스장을 다니며 체력을 키웠다”고 말했다.

한 뮌?움직이지 못하는 불편함을 안고 참가했던 마라톤대회에서는 5km를 32분에 주파하며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용인관광마라톤대회를 통해 마라톤의 매력에 빠져 ‘FILA배 가족사랑 마라톤대회’와 ‘조선일보 춘천마라톤대회’ 등 전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한 이 주사는 지난해 42.195km를 5시간 15분에 주파한데 이어 지난달에는 4시간 58분으로 그 기록을 단축해 많은 사람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는 “함께 참가했던 선배 직원이 ‘네가 완주하지 못한 채 멈춘다면 너의 성장도 멈춘다, 여기서 포기한다면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말에 힘을 얻어 모든 대회에서 완주할 수 있었다”며 “무슨 일이든 마음만 먹으면 못 이룰 것이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와 함께 정기적으로 등산을 하며 산 정상에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 이길재 주사.
전국에서 안가본 산이 없을 정도로 등산을 즐기는 그는 지난 11일 동남아 최고봉인 말레이시아의 키나발루(4095m) 정상에서 일출을 바라보며 ‘평범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희망을 되새겼다.

이 주사는 “장애가 있다고 해서 신체적 능력의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장애를 가진 사람의 능력을 펌하하지 말고 그 사람이 잘하는 것을 개발할 수 있도록 협조해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이 모두 녹기 전에 킬리만자로 정상에 오르고 싶다는 이길재 주사.
키나발루의 떠오르는 태양 앞에 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는 이길재 주사처럼 장애를 가진 많은 사람들이 이 사회의 밑거름이 되어주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