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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문턱만 높아진 의회

용인시의회가 이번 5대 의회 출범을 계기로 ‘신성한 의회’임을 강조하며 문턱 높이기에 혈안이다.
시청은 물론이고 의회내에서조차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유행어로 전락(?)한 그들만의 외침은 아이러니하게도 일반 시민들에게는 마치 권위와 독선의 상징처럼 들린다.

불과 몇 개월 전 지역구 이곳저곳을 돌면서 유권자들에게 ‘일꾼’임을 자처하며 지역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허리 굽혀 한 표를 호소하던 모습과는 딴판이다.

지역 주민들에 의해 선출된 것은 초대부터 동일함에도 유독 5대 의회만이 ‘신성한 의회’임을 내세우며 목소리를 높이는 현실은 납득하기 어렵다.

의회는 지역을 위해 일하겠다고 나선 자칭 ‘일꾼’들이 일하는 곳으로 마땅히 ‘일터’ 가 되어야 하며 의회사무국은 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보호내지 지원해 주면 된다.

그리고 그 일터로 유권자 혹은 주민들이 찾아와 지켜보고 격려하는 것을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번 5대 의회는 ‘신성한 의회’에 올인하고 있으나 불행히도 본래의 뜻을 잘못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 의원이 되었으면 지역주민이나 시민들의 뜻을 소중히 생각하여 정성을 다해 받들어야 한다?것이지 의원 개인이나 의회 시설이 신성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지방의회는 국회와 달리 지방의 특성과 주민의 뜻을 최대한 반영토록 한 ‘자치’에 근간을 두고 있으며, 굳이 법률로서 규정하지 않은 사항의 경우 자체적으로 유연성을 발휘하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방의회의 본회의장 사용여부에 대해 호들갑스럽게 행자부로 국회로 자문이나 해석을 구하겠다고 요란을 떨어야 할 일인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과거 3대나 4대 의회, 혹은 그 이전의 의회는 신성하지 않아서 본회의장을 개방해 주었다는 말인데 당대의 의원들이나 의장들이 이 사실을 안다면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지방의회의 발전을 위해 잘못된 절차나 관례를 바로 잡겠다는 취지는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얼마든지 환영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불거진 의회의 납득하기 어려운 행태는 커다란 실망감과 함께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그 목적이 의회발전과는 무관한 조치였기에 우려가 앞선다.

의회의 신성함을 주장하기에 앞서 의원개인이나 사무국 종사자 개개인이 의회를 신성하다고 느끼고 그에 걸맞는 언행을 실천하고 그에 부합하는 충분한 소양을 갖추었다고 생각하는지 되묻고 싶다.

모의의회가 본회의장 혹은 대회의장 어느곳에서 진행되든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이번 모의의회가 텅 빈 방청석은 물론, 모든 절차를 체감해 보도록 함으로서 지방의회와 의정활동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그 목적을 두었기에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더한다.

의원의 임기는 4년에 불과하며 몇 사람의 잘못된 언행으로 의회 전체가 매도됨으로서 사명감으로 신명을 다해 일하는 타의원들에게 누를 끼치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해서는 안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주민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그들만의 ‘신성한 의회’가 과연 누구의 지지를 받을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개방되고 더욱 시민의 품으로 다가서야 할 지방의회가 특정 개인의 아집과 ‘신성’을 앞세운 엉뚱한 권위의식의 발상으로 문턱만 높인다면 머지않아 시민들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 용인시의회가 좀 더 성숙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시민들에게 다가서길 진심으로 고대한다.

황선숙 / (사)한국여성유권자 경기연맹 용인지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