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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의료대란 책임은?

송우영(한학자)

 

용인신문 | 지금 나라 안 소란스럽기가 심히 우려스럽다. 그 시작점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대한 의료계 반발이 그것이다. 의대 정원을 2000명 아니 2만 명으로 한들 무슨 상관이겠냐마는, 의사들 입장에서는 그게 아닌가 보다.

 

대한민국 빅5라는 대형병원 전공의 선생님들의 사직서를 필두로, 의과대학 학생들 대부분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발적 휴학으로 이어지고 있다. 의료계의 반발은 날이 갈수록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다. 생사를 오가는 환자들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두려움에 온몸을 떨면서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금이 전쟁 때도 아닌데 무슨 전시를 방불케 하는 이런 사태에 대한 1차 책임은 정부에 있다. 지금까지 역대 어느 정부든 의사들하고 싸워서 이긴 정부는 없다. 왜냐, 싸움의 기술은 생명을 볼모로 잡고 있는 쪽이 반드시 이기기 때문이다.

 

국민의 안녕과 생명과 재산을 지켜줄 의무가 있는 대통령과 그 정부로서는 만약 의사들이 집단 사퇴를 한다거나 환자 진료 거부 사태가 벌어진다면, 이로인해 국민 목숨이 위협을 받는다면 대통령과 그 정부로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가능하면 의사들 요구는 다 들어주는 게 되려 수지맞는 장사다. 그럼에도 매년 의대 정원 2000명 씩 늘리는 것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이해당사자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합의를 도출해내야 하는 게 기본이다. 안되면 될 때까지 해야 한다. 그래야 잡음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했더라면 서로가 목소리 높이며 얼굴 찡그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또 아픈 환자들도 아픈 몸을 이끌고 전공의가 있는 병원을 찾아 이리저리 달려 다니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 모두가 꼼꼼히 준비하지 못한 정부의 탓이다. 그렇다고 해도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면죄부를 줄 수는 없는 일이다.

 

대한민국에서 의사라 하면 국가가 의도적으로 전교 1등을 다투는 학생들만 갈 수 있도록 문턱을 높여놓은 탓에, 그야말로 초중고교 시절 1등 자리를 놓치지 않는 수재 중 수재들이다. 수재들이라고 해서 저들이 갖는 사람의 성품까지 수재일 것이라고 생각해선 안된다.

 

사실 “의술은 인술이다”라고 말하지만 저 수재들로 가득찬 의사들 속에서 인술을 본다는 것은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것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 작금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서다.

 

아파서 살겠다고 찾아온 환자를 버려두고 나 혼자 살겠다고 떠난다면 그게 어찌 사람의 탈을 쓰고 할 수 있는 일일까. 이건 무엇으로도 용서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저들도 그만한 이유가 있었으리라. 그럴지라도 의사가 환자를 버려둔다는 것은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될 일이다. 뼈아프게 들리겠지만 아픈 환자를 외면한 채 떠나는 순간, 그들을 더 이상 어찌 의사라 말할수 있겠는가.

 

의사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아픈 환자를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다. 위기에 처하고 위험이 닥쳐올수록 올바른 의사라면 그런 속에서도 인술을 펼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와중에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두고, 야당에서는 그럴싸한 정치적 쇼라며 평가 절하한다. 대통령께서 2000명 숫자를 던져놓고, 여론을 한껏 끌어올렸다가 누군가를 통해서 의사협회와 협상 후 대략 500명 선에서 극적인 타결을 한다는, 누군가 이렇게 풀어갈 거라며 섣부른 판단을 내놓기도 한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과연 그럴까.

 

윤석열 대통령이 지금 시점에서 의대 정원 2000명을 발표한 속내는 뭘까. 알다시피 지금은 국회의원 선거를 한 달여 남짓 남겨둔 총선 기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동안 야당이 추진하던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 등 쌍특검 법안이 총선 이슈를 주도할 것 같았지만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과 민주당 공천 파열음이 모든 이슈를 덮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