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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

서파의 삶과 인생관 담고 있는 시 감상 기회

류희의 한시 이야기 ‘류희- 나 죽어서 책벌레가 되리니’

 

[용인신문] 오백 년의 지혜를 담은 서파 류희의 한시를 본격적으로 다룬  책이 나왔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조선후기 류희의 한시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근태 박사가 서파 류희의 한시 이야기 ‘류희-나 죽어서 책벌레가 되리니’를 도서출판 ‘별꽃’에서 펴냈다.

 

그동안 류희는 ‘문통’ ‘언문지’ ‘물명고’ 등을 남긴 대학자로만 알려져 왔을 뿐 시인으로서 본격적으로 조명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류희는 평생 1500여수의 시를 남겼을 정도로 시에 대한 애정이 컸던 대단한 시인이다. 이번에 나온  ‘류희’는 서파의 삶과 인생관을 담고 있는 그의 시를 본격적으로 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죽어서 책벌레가 되고 싶다고 할 정도로 한평생 학문에 매진했던 류희는 소론 집안에서 태어난 시대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었다. 결국 벼슬을 포기했고 주류층에 낄 수 없었기에 그의 한시는 널리 알려지기 어려웠다.

 

류희의 시는 자신의 삶과 주변의 잡다한 일을 소재로 읊은 시부터 심오한 이치를 담고 있는 시에 이르기까지 작품의 스펙트럼이 넓다. 형식 또한 근체시(近體詩), 악부시(樂府詩), 고시(古詩) 등 다양한 형식의 시들이 어우러져 있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서파는 스스로 밝혔듯이 어느 특정 시대나 특정 시풍에 치우치지 않고, 한시의 모든 체제에 맞춰 뛰어난 시인이나 작품을 택해 익혔다. 또한 한시의 정수인 율시(律詩)에서 강서시파(江西詩派)를 전범으로 삼았기에, 동시대 다른 시인들의 시와는 다르게 읽힌다.

 

이 책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서파의 한시 가운데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을 선별해 간단한 설명과 함께 소개했다. 엄밀하게 말하면 서파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과 서파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을 소재로 지은 작품을 모아 서파가 어떠한 인물이었는지, 그의 인생관이 무엇이었는지 보여주고 있다. 다음으로 서파가 살았던 19세기 조선 사회에 대한 서파의 준엄한 평가와 그러한 시대상황 속에서 서파가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를 그의 입을 통해 살펴보고 있다. 또 다양한 소재와 형식을 구사한 작품을 소개함으로써 시인으로서의 면모를 밝히고 있다.

 

2부는 저자의 박사학위 논문을 요약한 서파의 한시 전체에 대한 연구물이다. 학위논문이기에 다소 전문적이지만 저자는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 썼다. 따라서 이번 시집은 교양서와 전문 학술서라는 두 가지 성격을 아우르고 있으며, 독자들은 이 책 한권을 통해 서파의 한시 세계를 제대로 음미하고 공부할 수 있다.

 

서파 류희는 조선 후기 최고의 지식인 가운데 한 명이다. 경학(經學), 문학(文學), 사학(史學), 어학(語學), 의학(醫學), 수리학(數理學), 천문학(天文學) 등 다양한 학문을 섭렵하고 그 연구물을 엮어‘ 문통’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문통’은 다산(茶山)의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에 버금가는 가치를 지닌 총서(叢書)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책은 다방면에 걸쳐 학문의 조예가 깊고 폭넓은 식견을 지녔지만 한평생 빈한한 선비로 살다 간 서파 류희를 ‘시’라는 새로운 장르를 통해 접해볼 수 있는 흥미를 준다.

 

저자 김근태 박사는 그동안 ‘생활한자와 교양한문’, ‘지역원형과 명승-강원명산유기선집’ 등 수많은 공동집필과 ‘동국지리지’(단독번역)를 비롯해 ‘의암집’, ‘항와집’, ‘화서집’, ‘맥록’, ‘동시총화’ 등의 번역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