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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사회

원도심 학교 아이들 ‘위험한 통학길’

학생들, 차량 사이로 곡예등교… 보행로 확보 ‘시급’
교통사고 빈번… 지도 교사 “매일 아침 긴장의 연속”

[용인신문] # 지난해 12월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언북초등학교 스쿨존에서 9살 초등학생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사망했다. 언북초 학생들의 통학로인 이 도로는 학생 및 보행자를 위한 펜스 등 안전시설은 물론 인도조차 없었다.

서울시 교육청은 사고가 있기 2년 전부터 학교 앞 도로의 일방통행 지정과 보도설치 등을 경찰에 요청했지만, 인근 주민들과 상인들의 반대로 반영되지 않다가 참사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5개월이 흐른 지난 5월, 강남구는 사고가 발생한 언북초 주변 도로를 일방통행으로 바꾸고 보행 환경 개선 공사를 진행키로 했다.

 

학생들의 등하굣길 안전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용인지역 구도심에 위치한 학교 주변의 보행환경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지구와 기흥구 등 도심지 개발지역 학교들은 초‧중‧고교 통학로에 인도 및 각종 안전 시설물이 설치돼 있지만, 구도심 지역 학교들의 경우 학생들이 도로변에 주차된 차량과 통행하는 차량들 사이로 위험천만한 등하교를 매일 하고 있는 것.

 

실제 지난 7일 오전 방문한 처인구 용인초등학교와 용인고등학교 앞 통학로는 학생들이 주차 및 통행하는 차량 사이를 넘나들며 등교를 했다.

 

이들 학교의 경우 통학로 인근 도로에 보도는 물론 안전펜스 조차 없는데다, 특히 일부 학생들은 핸드폰을 보면서 걸어가는 등 한 눈에 봐도 위험한 상황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이들 학교에 따르면 등교 시간대 학생들이 차량과 부딪히는 사소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큰 부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학교와 학생들, 주민들과 운전자 모두 불안한 상황을 일상으로 보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학생들의 등굣길 지도 교사는 “빌라 및 다세대 주택들이 밀집된 탓에 통학로 주변에 불법주차 된 차량이 많은데다, 보행자 인도가 없어 매일 아침 긴장 속에 등굣길 지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 부산시, 1200억 원 투입 … 통학로 환경 ‘전면 개선’

정부는 지난 4월 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등 통학로에서 교통사고가 나지 않도록 학교 부지를 활용해 사람만 다니는 보도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통학로 사고가 이어지자 학생 안전을 위한 기본 조치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다.

 

행정안전부와 교육부 등은 지난 4월 이런 내용을 담은 범정부 차원의 ‘2023년 어린이안전 시행계획’을 수립했다.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학교가 희망하는 경우 학교 담장이나 화단을 학교 안쪽으로 옮기는 등 학교 부지를 활용해 통학로를 설치한다. 통학로 설치가 어려운 경우 양방 통행을 일방통행으로 지정하거나 등하교 시간대 차량 통행을 제한하는 등 안전한 통학로를 확보할 예정이다.

 

실제 부산광역시의 경우 지난달 22일 부산시교육청과 함께 ‘통학로 종합안전대책’을 발표했다. 1200억 원을 들여 보행로가 분리되지 않은 곳은 차로를 축소해서 통학로를 확보하고, 도로 폭이 좁아 보도와 차도 분리 또는 보도 설치가 힘든 도로는 일방통행 도로로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또 어린이보호구역 내 불법 주정차 근절을 위해 단속 CCTV 확대 및 차량 방호용 울타리를 설치키로 했다.

 

△ 통학로 안전은 공감 … 주차공간 부족 등 ‘과제’

용인시 역시 구도심 지역 학교들의 통학환경 개선을 다방면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상일 시장이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용인지역 내 160여 곳의 각급 학교장들과 이어가고 있는 간담회에서 구도심 지역 학교장들의 요청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이 시장과 시 집행부 역시 학생들의 안전한 통학환경 조성에 공감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학생과 주민들을 위한 보행로를 만들기 위해서는 현재 차량이 양방향 통행을 하는 도로들을 일방통행으로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주차 공간은 더욱 부족해 질 수 밖에 없다.

 

구도심 학교 인근 지역 주민들은 다세대와 빌라 등이 밀집된 주거지역 내 주차 문제 해결이 우선되야 한다는 목소리다.

 

용인초 인근 빌라에 사는 주민 A씨는 “학교 주변 도로를 일방통행으로 하고, 학생들의 안전을 확보해야 하는 것에는 동의한다”면서도 “학생들의 안전만큼 주민들의 생활권도 보장돼야 하고, 주차시설 등도 함께 확충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학생들의 안전한 통학로는 곧 주민들의 안전한 생활환경과도 직결되는 문제”라며 “주차 문제 및 차량 통행 등 시민 불편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위해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오전 처인구 삼가동에 위치한 용인고등학교 통학로 모습. 학생들이 주차차량과 통행하는 차량들 사이로 등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