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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농촌 초고령화… 마을공동체 붕괴

늙어가는 마을’ 처인구 가장 심각… 주민 100명 중 16명이 65세 이상
운학동·송문1리 마을회관엔 80세 훌쩍 넘긴 할머니들 무료한 일상
젊은이 없어 부녀회 사라질 판… 거동 불편, 노인 프로그램 찬밥신세

 

 

[용인신문] 도농복합시인 용인특례시는 65세 이상 노인이 총인구의 14% 이상인 가운데 처인구를 중심으로 고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농촌 마을엔 어린이가 단 한 명도 없거나 늙고 병든 노인들끼리 서로 의지하면서 지내는 곳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무엇보다 도시지역과는 달리 문화복지 혜택에서도 소외되는 등 노인 사각지대로 변하고 있다.

 

한국 사회는 2007년 고령화 사회(65세 이상 노인이 총인구의 7% 이상)를 지나 2018년 고령사회(14% 이상)에 돌입했고, 초고령사회(20% 이상)를 2026년 이후로 예상했다. 하지만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과 원삼면의 경우 2023년 2월 말 현재, 이미 초고령사회에 돌입했다.

 

2023년 현재 용인시 전체 인구 107만 4133명 가운데 65세 이상이 15만 8744명으로 14.78%다. 용인시 전체적으로도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한 상황이다.

 

구별로 보면 처인구 전체 인구 25만 8666명 가운데 65세 이상이 4만 2256명으로 16%, 기흥구는 전체 인구 43만 7431명 가운데 65세 이상이 6만 3299명으로 14.4%, 수지구는 전체 37만 8036명 가운데 65세 이상이 5만 3219명으로 14%에 이르러 3개구 모두 고령사회에 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처인구 백암면과 원삼면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돌입했다. 백암면은 20%를 훨씬 상회한 31.74%로 가장 높았으며, 원삼면도 29.81%로 30%에 육박한다. 백암면의 경우 2012년 같은 기간 20.4%에 도달했고, 원삼면도 2021년에 27.4%로(2020년 같은 기간 17.78%)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은 이동면이 19.72%로 이곳도 초고령사회 문턱까지 와 있다. 이어 동부동이 19.44%, 모현읍이 18.71%로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반면, 처인구에서도 지역간 편차가 커 도시지역인 역북동은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9.9%로 이제 막 고령화사회를 지났을 뿐이다.

 

문제는 처인구 12개 읍면동 지역 가운데도 각기 처한 여건이 다르다는 것. 같은 행정단위 내에서도 각각의 마을이 처한 상황이 제각각이다. 따라서 농촌 마을 노인들을 위한 종합적 실태 조사부터 진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노인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도 중요하지만 지역이 처한 지역주민과 노인 구성원의 성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  처인구 마을들 80~90대가 힘겹게 지탱

지난 7일 낮 12시 무렵, 처인구 운학동 마을회관. 80세가 넘은 할머니 세 분이 모여 점심을 준비 중이었다. 많아야 4~5명이 모여서 점심을 해 먹는다고 했다.

 

“동네 노인들이 많이 죽었죠. 또 거동이 불편해서 못 나오는 사람도 있어요. 할아버지들은 원래 적고 회관에 나오지도 않아요. 어린애는 한 명도 없어요.”

 

할머니들은 식사 후 특별한 활동 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화투를 즐기다가 각자 집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비슷한 시기, 처인구 양지면 송문1리 마을회관도 마찬가지였다. 할아버지 방문은 잠겨 있고, 할머니 방에만 6명의 할머니가 모여서 식사 후 화투를 즐기고 있었다. 송문2리 마을회관에는 87세, 88세 고령의 할머니가 느릿느릿 식사 준비와 설거지를 했고, 92세 할머니는 식탁에 앉아 있었다. 회관 오가기에도 불편하지만 “현관 쪽 계단 손잡이가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 정겹던 마을은 옛말… 원주민·외지인 겉돌아 

취재 결과, 농촌 지역을 지탱하던 마을 조직도 고령화 여파로 붕괴 직전이다. 마을 조직인 부녀회는 65세 이하 젊은이가 없어 사라지고 있다. 70대 연령층마저 노인회 가입 기피와 고령 노인의 사망, 거동 불편 노인 증가 등으로 노인회 조직도 위축되고 있다. 마을 조직 중 청년회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고, 상조회도 화장문화 정착으로 대부분 사라지는 등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지 오래다.

 

농촌 마을에 전원주택이나 아파트, 빌라 등이 신축되면서 젊은 층이 유입되긴 하지만, 이들은 애당초 마을 조직이나 마을 일에 관심이 없는 외지인들로 기존 마을공동체 조직과는 무관하다. 원주민들도 외지인과의 융합 자체를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서로 말을 거는 일조차도 없는 형편이다. 외지인에 대한 융합정책과 노인 대책 등도 별도로 필요한 실정이다.

 

이인영 대한노인회 용인시처인구지회장은 “시 행정당국과 노인회 등에서 다양한 노인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건강 및 교통상의  이유 등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소외된 노인 및 도시와 농촌의 양극화를 줄이려는 보다 세심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용인특례시가 세계적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도시로 거듭난다고 들떠 있지만, 초고령화 사회로 돌입하면서 오랜 전통을 이어온 마을공동체는 붕괴 중이다. 진정한 용인르네상스 시대를 위해서는 붕괴된 마을공동체 복원과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주의식 및 지역 정체성 회복을 위한 행정당국의 다각적인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