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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

인생의 파도에 밀려난 우리들의 자화상 투영

안준섭 개인전 ‘Beauty of Being’ 24일까지 서울 연희동 두루아트스페이스

   
서양화가 안준섭씨가 9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연희동 두루아트스페이스에서 개인전을 연다.

추상적인 배경위에 인간의 형상을 등장시키거나, 사진위에 낙서 같은 일기체의 글, 시, 혹은 자신의 자화상처럼 보이는 인간의 형상들을 중첩되게 묘사하는 작품.

안준섭은 배경과 존재에 천착하고 있는 유화와 사진 작품들을 선보인다.
그의 작품 배경은 매립지처럼 척박하고 황량하게 버려진 메마른 땅이거나, 무더기로 쌓여 있는 책, 혹은 장난감으로 가득 찬 어느 가게, 평화로운 사진 등 존재와는 동떨어져보이는 이질적인 세계. 이 속에서
배경과 존재는 뒤섞이고 어우러지지 못한 채 이질성으로 서로를 소외시키고 있다.

   
안준섭의 초기 작품은 언 듯 사실주의적으로 보이지만, 막상 땅과 그위에 존재하는 돌 풀 나무는 사실 표현이 아니다. 유화물감이 계속 덧칠해지는 과정 속에서 점차 사실성은 희박해진다. 더욱 척박한 땅의 냄새나 견고한 돌의 느낌, 그리고 잡초의 연약하지만 당당한 존재성이 강화된 형상.

유선태 작가는 “안준섭은 매립지라는 버려진 땅 혹은 가장 오염되고 사람들이 접근을 꺼리는 관심 밖의 장소를 통해 예술가들의 척박한 상황이나 사회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작품에는 이같은 배경 속에 돌이나 풀 대신 마치 자신의 자화상과도 같은 인간의 실루엣을 중첩 되는듯 묘사하고 있다. 배경과 존재의 불일치, 혹은 부조화한 상황을 연출하면서 비밀스럽게 감추어진 무
언가를 내포하고 있다.

배경 속에 부유하듯 떠다니는 인간을 비롯한 글자, 비행기, 낙하산, 주사위 같은 존재들은 작가가 삶의 한 가운데서 느껴왔던 기억, 창작에 대한 갈증, 불확실성, 희노애락, 두려움, 망설임, 욕구 분출 등과 같
은 다양한 자신의 내면의 표현에 다름 아니다.

최근에는 배경보다 글과 존재에 집착하면서 내면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안준섭 작가는 홍익대학교 회화과와 미술대학원(회화전공)을 졸업했고, 1996년 인사갤러리에서 첫 번째 개인전 ‘지하철-日常에서’를 시작으로 그동안 수많은 개인전과 단체전 등을 통해 개성있는 작품세계를 인정받고 있다.



작가 노트

꿋꿋하게 살아가는 당신을 위한 헌사

   
▲ 안준섭 화가
그림을 처음 접한 중학교 1학년 때가 가끔 생각나곤 한다. 그림이라는 영혼이 나에게 쑥 하고 들어온 듯한 강렬하지만 편안하고 따뜻한 엄마의 자궁 같은 느낌, 간혹 먹먹해지면 그 시절의 따뜻함을 떠올려보곤 한다. 초기작인 지하철 연작은 늘 힘들지만 꿋꿋하게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헌사였다. 그 후 매립지 연작은 쓰레기로 덮힌 버려진 땅 위에서 풀과 꽃이 피어나는 과정을 통해 변화하는 현실과 어려움을 극복해내는 우리네 삶의 생명력을 이야기 했다.
그렇게 피어난 꽃이 살아가는 일상의 이미지를 통해 나의 세계가 만들어졌다.
최근 작은 일상의 나를 보여주는 여행기다. 나라는 번데기 속의 소우주에서 나의 일상과 만나 이뤄지는 여러 기억들, 중층적인 상황들, 감정들이 주제다. 나를 비롯한 그곳은 기억과 욕망, 성스러움과 속됨, 일상의 아름다움을 지켜내려는 삶의 장이다. 회화뿐만 아니라 사진을 통해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