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종합

특별기고 -백군기 국회의원(새정치·용인갑 지역위원장·비례)

이제 모병제 고민해야… 징병제 병사 전문성 한계

   

 

 

 국회 국방위원
전 3야전군 사령관(육군 대장)
육군사관학교 29기

지난 대선 당시 민주통합당의 한 대통령 경선후보는 공약으로 모병제를 제시했다. 공약 발표 후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750명 가운데 60% 이상이 이 후보의 공약을 반대했으며, 찬성은 15.5%에 불과했다. 우리 국민은 모병제가 시기상조라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상황은 장군 출신 국회의원인 필자에게 많은 물음을 던져줬다. 과연 모병제는 불가능한 제도인가? 이대로 모병제를 외면해도 되는 것일까? 얼마간의 고민이 끝난 뒤 나온 해답은 간명했다. 모병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다.

필자는 군에서 40여년을 복무하며 많은 병사들을 만났다. 그들은 우수한 자원이었고 국가안보의 기둥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일기당천의 뛰어난 전투원이 될 때쯤이면 어김없이 전역을 하고 만다는 것이다. 현재 군 복무기간은 거듭 줄어 21개월인데, 병력을 지휘해본 입장에서 우수 전투원을 양성하기에는 다소 짧다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다시 군 복무기간을 늘릴 수도 없으니 군은 참으로 난처할 것이다.

경찰은 치안을, 소방관은 인명구조를 전문으로 하는 전문직이다. 군은 전투를 업으로 삼는 전문집단이다. 그러나 타의로 군복을 입고 짧은 기간 복무하는 병사들에게 그러한 전문직 종사자로서의 직업의식과 능력은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어떤 직종이든 제몫을 해내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교육훈련이 필요하다. 특히 군인은 전장에 투입돼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기에 치열한 교육훈련을 거쳐 전투 프로가 돼야 한다. 그러나 복무기간이 짧은 징병제 하에서는 어려운 일이다.

군에서 사용하는 장비들도 갈수록 첨단화되고 있어 이를 다루는 병사들이 전문가가 되지 않으면 전투력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지상군과 달리 공군과 해군이 간부중심으로 운영되는 이유도 복잡한 장비를 다루는 업무가 많기 때문이다. 미래전에 대비한 지상군의 장비도 첨단화되고 있다. 아울러 정보 분야 직위는 오랜 경험축적이 대단히 중요한 자산이다. 군 전체적으로 장기복무자원이 절실한 실정인 것이다.

병무청의 예측에 따르면 현역가용자원도 갈수록 줄어 군은 소규모 인원으로 국가안보를 지켜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그마저 전문성이 부족한 단기복무 병사가 절반 이상 차지한다면 군대는 본업인 전투를 수행하는 데 많은 제한을 받는다. 결국 모병제가 해답인 것이다.

그러나 당장 모병제로 전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모병제는 징병제에 비해 병력수급이 어렵고 투입 재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때문에 완충장치가 필요하다. 그래서 먼저 전문성을 요구하는 기술·전문병과 위주로 모병제를 시행하고 점차 다른 분야로까지 확대해야 한다.

이와 함께 모병제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군 지위향상도 필요하다. 병사도 간부를 보조하는 존재가 아니라 전문전투요원으로 대접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국가는 징병제를 이용해 저임금으로 청년들을 안보 일선에 투입해왔다. 이것이 군인의 지위를 떨어뜨리고 가기 싫은 군대를 만드는 데 일조해왔다. 적정수준의 모병을 위해서는 이러한 부정적 인식을 먼저 개선해야한다. 군과 민이 함께 풀어야할 숙제다.

국가 차원의 모병제 연구도 필요하다. 그동안 모병제에 대한 연구는 많았지만 민관군이 합심해 수행한 연구는 없었다. 어차피 부딪힐 파도라면 미리 준비하는 게 낫다. 모병제 확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