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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천하를 얻은 자 이제는 공부하라

 

[용인신문] 인류 지식의 보고라고 하면 흔히들 고대 그리스를 꼽는데 고대 그리스에는 대현大賢의 반열에 오른 일곱 명의 인물이 있다. 이름하여 칠현자라 부른다. 그들이 쓴 책을 다 합쳐도 첫 줄을 넘어가지 못하는 책이 있는데 곧 공자의 논어 학이편 첫 줄을 말한다. 학이편 첫 줄은 단 세 단어로 압축된다. 배워 즐거웠는가, 그렇다면 군자가 되어라.

 

유럽의 어느 철인은 공자를 일러 진리를 해석해 주는 사람이라고 칭송했다. 여기서 ‘논어는 성경의 각주다’라는 말이 나왔다. 또 어떤 이는 공자를 일러 천하에 평화를 가져다준 사람이라고 했다. 독일의 철인 헤겔 같은 사람은 “논어는 단지 도덕적 격언집에 불과하다”라고 한수 아래로 놓고 보기도 했다.

 

말은 맞는 말이지만 정답이 아닐 뿐, 두보의 시를 읽어보면 “뭐 이정도를 가지고 시성詩聖 운운한단 말인가”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때는 해석본을 함께 읽었을 때 나오는 말이다. 두보의 시를 한문으로 읽고, 한문으로 해석해본 사람이라면 맨정신으로는 못읽는다.

 

“하나님도 두보 앞에 오면 낱말에 불과하다”라는 말을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논어서설 끝부분 정자의 말을 인용해 쉽게 말한다면 헤겔은 논어를 제대로 안 읽었던가 아니면 읽었으되 이해를 못했던가이다.

 

유가의 비조답게 공자는 인류사에서 걸세출의 인물임에 분명한 사실이다. 이로 인해 후대사람들은 그를 신격화하고자 무던히 애썼다. 알다시피 유교는 종교가 아니다. 종교는 삼대 요소가 있다. 신神. 경전經典 예배禮拜가 그것이다. 이 셋 중에 하나만 없어도 그 순간부터 종교는 아니다. 뒷골목 저들이 신이 없어서가 아니라 경전이 없기에 미신에 머문다.

 

그러나 유가에는 경전은 있다. 제사라는 예배의식도 있다. 그러나 유가의 덕목에는 神이라는 게 없다. 만들어진 神은 우상이다. 신은 스스로 존재하는 자가 神이다. 살아생전의 공자는 논어 술이편에서 분명히 밝혔다. “나는 날 때부터 아는 사람이 아니라 배워서 아는 사람이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자신은 예언자가 아니며, 선지자도 아니며, 신은 더더욱 아니다”라는 말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 그가 인류에게 던진 메시지는 간단하다. 공부하지 않고 그 자리에 올라가지 마라. 천하 통일한 한 고조 유방에게 공부할 것을 권하니 왈, “내가 말 위에서 천하를 얻었거늘 어찌 사서 따위를 읽으랴” 이에 신하가 답한다. 말 위에서 천하를 얻었다 한들 어찌 말 위에서 천하를 다스리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