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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항룡적루亢龍滴淚 용의 눈물

 

[용인신문] 지식인이 시세에 응하여 벼슬에 나아가는 것을 “벼슬이 지식을 먹었다”라고 말한다. 문중자 왕통의 말이다. 그래서 지식인이 벼슬에 나갈 때는 물을 가득 채운 그릇을 들고 가게 한다. 가득 채운 그릇의 물은 여간하지 않고서는 흘리지 않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말과 행동에 있어서 삼가고 조심하라는 계이다.

 

‘환공자계’라는 말이 있다. ‘환공이 스스로 경계 삼았다’는 말인데 ‘환공측기’라고도 한다. 노나라 환공은 정사를 보는 자리 오른편에 기울어진 그릇을 두었다. 이 그릇은 비면 기울고 반쯤 차면 바르고 가득 차면 엎어진다는 ‘계영배’다. 이를 순자는 유좌편에서 공자의 입을 빌려 말하길 “가득 차고도 기울지 않는 것은 없다”고 했다. 흔히 달도 차면 기운다는 말의 전거가 되는 말이다.

 

세상살이라는 것은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사람 살이는 돌고 돌아 그 무엇하나 ‘이것이 정답이다’라는 게 없다. 주자는 이것을 한 글자로 정리한다. ‘곧을 직直’, “세상 똑바로 살아라”쯤 된다. 주자가 임종 시에 제자들을 불러 했다는 마지막 말이기도 하다. 세상 똑바로 사는 거 그거 어려운 것도 그렇다고 거창한 것도 아니다. 그저 남의 눈에 눈물 내지 않고 남에게 피해 주지 않으면 충분히 잘 살은 인생이다.

 

천하만사의 모든 일에 때가 있다. ‘항룡적루亢龍滴淚’라 했던가. 주역 건괘 항룡유회의 비지 격인 소주에서 주를 단 해석인데 흔한 말로 용의 눈물쯤으로 해석되는 말이다. 장암정호라는 인물이 있었다. 함경도 관찰사를 지냈다는 그는 63세 나이임에도 아직도 유배와 해배를 반복하는 날들을 살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63세에 이르러 유배지에서 인생계획을 다시 세우고 공부했다고 전한다. 그리고 65세에 완전히 해배되어 재 환로에 오른 장암정호는 영의정까지 지내고 89세에 세상을 떠났다. 유배에서 풀려나고도 무려 24년이나 더 건장하게 살았다는 인물이다. 26세에 명을 달리한 남이장군에 비하면 무려 여섯 배하고도 3년을 더 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