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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우수ㅣ안도현

우수

                    안도현

 

그리운 게

없어서

노루귀꽃은 앞니가

시려

 

바라는 게

없어서

나는 귓불이 발갛게

달아올라

 

내소사 뒷산에

핑계도 없이

와서

 

이마에 손을 얹는

먼 물소리

 

안도현은 196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났다.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에 나왔다. 이번 시집 『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걸어 둘 수 있게 되었다』는 『북항』 이후 8년 만의 시집이다. 그는 후기에서 ‘무지몽매한 자일수록 시로 무엇을 말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인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그는 ‘누군가 불러주는 것을 받아 적는 것이고, 그가 말하려는 것을 대신 말해주는 사림인 것 같다.’고 고백한다. 그는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서정 시인이다.

안도현이 ‘시는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고 한 말은 감동과 세공의 과정을 거쳐 시가 태어난다는 걸 일깨우는 말이다. 「우수」는 순수 서정시다. 그가 말한 감동과 언어의 세공이 도드라지는 작품이다. 시적 화자는 지금 내소사 뒷산에 와 있다. 양지 바른 곳에 노루귀꽃이 피었던 것일 게다. 우수는 2월 하순쯤인데 노루귀꽃은 4월 초순쯤 피는 꽃이니 아마도 서둘러 봄 햇살을 보러 나왔을 것이다. 그러니 앞니가 시렸을 것인데 그 이유가 그리운 게 없어서라는 것이다. 바라는 게 없는 시인은 이미 지천명의 나이에 이르렀을 것이다.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다만 봄이 오는 길목에 서서 귓불이 발게 질 뿐이다.

내소사 뒷산에 와 있는 것은 시인인데 이마에 손을 얹는 건 먼 물소리다. 봄이 가까이 온 것이다. 마지막 연, ‘이마에 손을 얹는/ 먼 물소리’가 절창이다. <창비> 간 『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걸어둘 수 있게 되었다』 중에서. 김윤배 /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