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운학천’ 꽃길만 걷는다

보행자는 물론 자전거 라이딩 코스로도 인기
다양한 습지 만들어 환경·생태 하천 재탄생
개인노력으로 일군 해바라기·튤립 꽃길 호응



[용인신문] (수정)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용인시는 지난 30여 년간 강산이 몇 번이나 변했을까? 인구 15만이 현재 106만 명을 넘겼다. 대규모 주택단지와 도로교통망은 지도(地圖)를 바꾸었다. 본지는 지역에 산재된 등산로와 너울길, 둘레길, 자전거 도로는 물론이고, 아파트 단지 내까지 트래킹이 가능한 아름다운 길을 소개하기로 했다. 시민들에게도 널리 홍보하고, 부족한 시설은 보완토록 지적하는 등 멋진 산책길을 함께 만들기 위함이다. 독자 여러분들의 의견과 추천을 기다린다. <편집자 주>

 

용인이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지만, 아직도 천혜의 자연환경이 남아있는 곳이 있다. 그중 전원주택단지로 각광 받는 곳이 바로 운학동·호동·해곡동일원이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국가에서 강력한 법규제로 오염원을 원천봉쇄하고 있는 곳이다.


환경부는 상수원 수질보전을 위해 1999930팔당호 등 한강수계 상수원 수질관리 특별대책의 하나로 이곳을 지정·고시했다. 한강수계에는 경안천이 포함돼 있다. 운학천은 경안천 최상류이자 상수원 발원지이다. 하천변에는 공장·축사·음식점·숙박시설 및 목욕탕 등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 정부는 수질오염 예방을 위해 단계적으로 토지를 매입하고, 녹지대를 조성중이다.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완충지대로 조성하는 것이다. 그래서 운학천 주변엔 공장이나 축사 등 오염원이 자연스럽게 퇴출된 상태다.


운학동과 호동, 해곡동은 용인 시내에서 가깝고 목가적인 분위기 때문에 귀농 또는 귀촌인들이 선호한다. 유일한 개발 현장으로는 채석장이 있다. 이와 함께 세계10대 불교성지이자 경기관광공사가 경기그랜드투어 50대 명소중 하나로 선정한 와우정사가 있다. 이런 곳에 왕복 수십km로 이어지는 멋진 산책길까지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산책로와 자전거 라이더 호응

운학천은 운학동, 호동, 해곡동3개 법정동을 관통하고 있다. 10여 년 전 만들어진 운학천변 도보길(자전거도로 겸용)은 이미 오래전부터 산책로와 자전거도로로 각광받고 있다. 용인마평동에서 해곡동까지 편도로는 약 10km. 운동이 부족할 경우 인근 광주시까지 가면 왕복40km가 넘는다.


다만, 운학천 도로의 아쉬운 점은 좁아서 도보길과 자전거길이 혼재되어 있다는 것. 아울러 긴 코스에 비해 휴게시설과 화장실이 부족하다. 다행히 중간지대로 볼 수 있는 운학초등학교 건너 편 길업마을 앞 예직교회에서 자전거쉼터와 개방화장실을 운영하고 있다. 주말엔 음료까지 무료로 공급하는 등 라이더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이곳의 통행자들을 분석해보면 트래킹보다는 자전거 이용자들이 더 많다. 어두워지면 늦은 밤까지 가로등이 켜져 있어 자전가 마니아들에겐 최고의 라이딩 코스다. 또 마라토너들의 훈련코스로도 각광 받고 있다.

 




#수질 정화시키는 인공습지가 생태공원

운학천은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57번 자동차 도로와 거리가 멀어 소음과 매연이 없다. 또 물이 맑고 습지가 많아 공기도 좋다. 눈에 띄는 것은 마평동과 삼삼마을, 길업마을과 예직마을의 중간에 설치된 인공습지다. 친환경 생태복원을 위해 환경신기술로 만들었다는 길업과 마평 생태적 인공습지는 많은 이들의 산책코스이기도 하다. 그런데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사실 하나가 있다. 길업·마평 수질정화 비오톱(인공습지)은 단순한 습지가 아니라 용인 하수종말처리장과 하천 비점오염원을 상류로 끌어올려 수질정화를 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으로 역류된 수질은 1~2급수로 정화되고, 경안천의 사막화를 막는 유지용수 확보에도 역할을 하게 된다. 최종적으로는 인공습지가 생태공원이 되는 것이다.

 






# 야생화와 해바라기·튤립 꽃길로 각광

꽃을 많이 심으려면 내 얘기를 들어요! 꽃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할 줄 압니다. 꽃을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사람을 사랑해요? 꽃을 사랑하는 사람은 꽃을 심는 사람이고, 꽃을 심는 사람은 꽃을 가꾸어야 합니다. 꽃을 가꾸는 사람은 꽃밭의 잡초를 뽑는 사람이고, 꽃밭의 잡초를 뽑는 사람은 자기 마음 속 잡초를 뽑는 사람입니다. 자기 마음의 잡초를 뽑지 않으면 마음속 꽃도 시들어버리는 법입니다. 자기 마음 속 잡초를 뽑는 훈련을 받으려면 꽃을 심어야 합니다.”(호동주민 이성구 씨)


올해 운학천 산책로 가장자리엔 유독 해바라기와 칸나가 많이 피었다. 운학천변 전체는 아니고, 호동과 장재미 마을 구간에 집중되어 있다. 이 길은 봄부터 피는 야생화도 적지 않아 통행자들의 기분이 좋은데, 풍성한 꽃길까지 만나니 횡재한 기분이다. 알고 보니 이곳에서 수 대째 살고 있는 원주민 이성구(83)씨 부부의 노력 덕분이다. 운학천변에 살면서 몸이 불편한 아내에게 운동을 시키기 위해 시작했다는 꽃길 가꾸기. 어르신의 애틋한 러브스토리까지 듣고, 활짝 핀 꽃길을 걷다보니 세상 모든 스트레스가 풀리는 듯했다. 게다가 이씨의 꽃 철학까지 들어보니, 철학자의 산책길이 따로 있나 싶었다. 이 씨의 꽃 말을 되새기면서 걷는 운학천에도 어느 새 가을이 성큼 찾아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