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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북소리


[용인신문] 최은진의 BOOK소리 146

현실과 환상의 접점에서 빛나는 마법같은 이야기들

종이 동물원

저자 : 켄 리우 / 출판사 : 황금가지/ 정가 : 15,800

 

 

상상이 만든 세계는 경이롭고 눈부시다. 그 날개짓을 따라가다 보면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으므로. 켄 리우가 만들어낸 세상은 슬프고도 아름답다. 휴고상, 네뷸러상, 세계환상문학상을 동시 수상해 놀라움을 안겨준 중국계 미국인 켄 리우의 SF환상소설집. 미사여구 없는 간결한 문장들이 만들어내는 짧은 이야기에 그만의 철학과 사유가 담겨있다. 동양과 서양, 과거와 미래,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방대한 세계관이 놀랍다. 14가지 색다른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며 각각의 단편이 마치 다른 사람들이 쓴 것 마냥 전혀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다. 환상문학, SF, 스팀펑크, 대체역사, 하드보일드까지. 장편에서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던 묵직함을 단편에서 느낄 수 있다.


마법 같은 엄마의 종이 동물만이 나의 친구였다.” 어린 시절, 선물 포장지로 종이동물을 만들고 생명을 불어넣어주던 엄마. 잭에게 종이동물들은 장난감이자 친구였고 종이호랑이 라오후는 절친이었다. 자신이 매매혼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은 알기 전까지, 엄마의 검은 머리와 누런 피부색을 수치스러워하기 전까지, 영어 못하는 엄마에게 답답함을 느끼고 대화가 단절되기 전까지. 자신이 친구들로부터 받는 멸시와 냉대를 고스란히 엄마의 탓으로 돌리면서, 종이동물들을 다락방에 방치한 채 외면하면서, 엄마의 마법은 사라진다. 세상을 다 알아버렸다는 착각 속에 엄마를 경멸하는 학창시절을 보내고 어른이 된 잭. 엄마의 유품에서 라오후를 발견하면서 다시 한 번 어린 시절 엄마의 마법과 조우하게 되는데. 상자 속에 간직한 엄마의 비밀은 무엇일까? 다시 되살아나는 동물들이 전하는 가슴 시린 이야기.


역사라는 과거와 과학이라는 미래, 타국에 사는 이방인이라는 현실을 기가 막히게 조합하여 환상의 세계를 만들어낸 켄 리우. 그는 첫째 딸이 태어나면서 부모 되기에 관해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내 아이가 나를 어떻게 볼 것인가, 나를 이해할 것인가, 내 삶에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부모로서의 불안이 이 이야기의 주제라고 밝혔다. 환상이, 마법이, 때론 살아가는데 엄청난 힘이 된다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