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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북소리


최은진의 BOOK소리 144

사랑하고 사랑받을, 세상의 모든 너에게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저자 : 박민규 / 출판사 : 예담/ 정가 : 12,800



[용인신문] 어떤 소설에서든 여주인공은 아름답고 그 아름다움에 매료된 남자가 첫눈에 반하게 되면서 사랑은 시작된다. 그런데, 여기 외모 이데올로기에 대한 야심찬 반격으로 우리 안의 허점을 찌르는 사랑이 있다. 눈에 띄게 못생긴 여자와 그 여자를 사랑한 한 남자의 이야기. 작가의 말처럼 오해를 믿으며 살아가게끔 만들어진 게 인간이고, 누군가를 상상하는게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라면, 그들의 사랑은 충분히 완벽한 사랑이라 할 수 있겠다.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못생긴 여자와 상처투성이인 남자가 만들어가는, 세상 어디에도 없을 특별한 사랑이야기.


엄마를 버리고 예쁜 여자에게 가버린 잘생긴 연예인 아버지를 둔 그녀를 사랑하게 되는 건 일찍이 아름다움의 시시함을 알아버렸기 때문. 로맨스의 여주인공으로 너무 못생긴여자를 택했다고 해서 대단한 발상의 전복을 이루어 내었다고 감탄할 필요는 없다. ‘는 한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젊은이일 뿐이고 보여 지는 것의 쓸모없음을 알고 있을 뿐. 작가는 또 다른 주인공 요한의 입을 통해 세상에 말하고 싶었던 걸 모두 쏟아낸다. 보이는 아름다움의 시시함지갑가벼울 수록 무거운 짐을 지는 것이 인간이라는 것과 누구나 한가지쯤 가지고 있을 결핍에 대하여 내용의 진지함과 함께 독특한 책의 구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나의 이야기에 서로 다른 두 개의 결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액자식 구성이 극의 절정을 한층 끌어올린다.

시선을 끄는 책표지 그림은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우리들 대부분은 죽은 왕녀곁에 들러리 선 시녀처럼 그녀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아름다운 여자들을 부러워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건 죄가 아닌, 본능일지도 모른다. 세상의 모든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못생긴 여자를 사랑하지 않는, 또 결코 사랑할 수 없는 인간이었음을 작가는 용기 내어 고백한다. 하지만, 그는 말한다. 보잘 것 없는 인간일수록 보여지는 것에 집착하는 법이며, 부끄러움과 부러움이 있는 한 인간은 결코 자본주의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에서 성공한 작가가 되라고 당부한다. “사랑하시기 바랍니다. 더는 부끄러워하지 말고 부러워하지 않는 당신 <자신>의 얼굴을 가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