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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북소리 135


최은진의 BOOK소리 135


정직한 농부의 땀 한 방울이 주는 깊은 성찰


잡초는 없다


저자 : 윤구병 / 출판사 : 보리 / 정가 : 9,000

 

 

 

팍팍한 도시생활에 지친 직장인들은 종종 하는 말 중 하나, 다 때려치우고 시골 내려가 농사나 짓고 살고 싶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 내려갈 시골 땅조차 없거나, 귀농했다가 상처만 받고 도시로 컴백하는 사람도 부지기수. 그러니 선뜻 맘 내기가 어려운 게 현실. 그런데, 여기 대학교수직을 버리고 농사꾼이 된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철학교수 자리를 버리고 전북 변산에서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겪었던 일들을 정리한 생태 에세이집. 농사꾼의 눈과 귀로 보고 들은 이야기들에게서 향기로운 흙냄새, 풀냄새, 사람냄새가 난다.


머리 속으로만 귀농의 꿈만 꾸는 우리와 달리, 그는 쉰을 넘긴 나이에 삶의 길을 과감히 바꿨다. 학교보다 일터가 더 좋은 배움터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구구단을 외우는 대신 들판으로 나가자라는 부제의 1장에선 농사꾼에 비친 우리 교육의 현실을 짚어준다. 이어서, 2실험학교 터를 일구는 사람들’, 3기르는 문화와 만드는 문화’, 4변산일기’, 5우리 마을 이야기라는 주제 아래, 소소한 일상들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하찮아 보이는 작은 것들로부터 가늠할 수 없는 우주의 철학을 끌어낸다. 이 책이 발매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여유 없이 살고 있는, 아니 그때보다 더 바쁜 일상을 견디고 있는 우리에게 여운과 감동을 선사한다.


귀농한지 15년 된 한 농부는 이런 말을 한다. 잡초를 이해하지 못하면 아직 초보 농사꾼이라고. 잡초와 함께 자란 열매가 맛이 다르고 벌레가 덜 타고, 저장 기간이 훨씬 길다고. ‘지렁이가 우글거리는 살아 있는 땅에서 저절로 자라는 풀들 가운데 대부분은 잡초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마찬가지로 살기 좋은 세상에서는 잡초 같은 인생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농부철학자 윤구병. 땅을 일구는 정직한 농부의 땀 한 방울이 깊은 성찰의 질문을 던진다. 사실, ‘잡초라는 단어, 사람의 입장에서만 바라 본 편협한 단어가 아닌가? 세상에 잡초는 없다. 사람이 그 존재 가치를 모를 뿐이다.<용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