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규 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사막등대 / 김종경
별밤에도 불을 지펴
실크로드 순례자들에게
어둠 속 길을 안내하던
사막의 오아시스
가끔은 사형을 집행하던
절체절명의 전탑이었던
구원과 죽음의 등불이
동시에 타올랐던
사막에도 등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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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경 시인의 첫 시집『기우뚱, 날다』(실천문학, 2017)를 기다린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의 시편들을 읽으며 체 게바라의 선언을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럽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불가능한 꿈을 갖자!”라는 문장은 문학의 길에 대해 시사점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오늘의 시를 통해 살펴보면 “별밤에도 불을 지펴/실크로드 순례자들에게/어둠 속 길을 안내”할 수밖에 없는 이유. 그 도저한 진정성이 ‘사막 등대’로 빛나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과 혁명의 공통점은 불가능한 것을 꿈꾼다는 것, 그를 통해 점진적으로 가능성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리얼리스트 김종경 시인에게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바로 오고 있는 문학과 혁명의 시간일 것이다. 마치 저기서 “사막에도 등대가 있다”는 시적 전언처럼.
이은규 시인 yudite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