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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106

최은진의 BOOK소리 106

서로에게 오직 한 사람인 오직 두 사람의 언어

오직 두 사람

저자 : 김영하 / 출판사 : 문학동네 / 정가 : 13,000

 

 

전 세계에서 희귀언어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유일한 두 사람. 그 중 하나가 먼저 세상을 떠나고 남은 한 사람은 생각한다. 아무와도 대화할 수 없는 언어가 모국어인 사람의 지독한 고독에 대해서......‘사소한 언쟁조차 할 수 없는 모국어라니, 그게 웬 사치품이에요라고. 김영하 소설가의 오랜만의 신작,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단편들의 묶음이다.

 

오직 두 사람에는 특별한 모녀가 있다. 엄마의 말처럼 엄마딸이 아닌, 완벽한 아빠딸로만 살아온 주인공 현주. 아버지가 원하는 대로만 살아온 딸과, 평생 자신만의 방식으로 딸을 옭아매는 아버지라는 기이한 관계다. 다른 가족들은 이기적이고 이상한 아버지를 떠나면서 가족은 붕괴되고, 아버지와 단 둘이 남은 현주. 든든한 울타리라고 여겼던 아버지가 실은 올가미였다. 그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다. 단 한 사람, 자신과 같은 언어를 사용하던 아버지가 떠난 후 그녀의 삶은 어떨까?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김유정 문학상 수상작인 아이를 찾습니다. 세 살 때 유괴된 후 11년 만에 돌아온 아들, 결말은 결코 해피엔딩이 아니다. 서로에게 낯선 사람들이 되어있는 현실. 아이를 찾아 헤맸던 암울한 긴 시간만큼 피폐해진 윤석 앞에 남은 건 조현병에 걸려버린 아내와 자신이 유괴된 사실조차 몰랐던 아들 성민의 등장. 끝없는 좌절과 불행 앞에 나약해지는 인간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인생이 해피엔딩이 아닌 줄 알고 있지만, 설마했던 일이 일어난 후, 끔찍한 삶은 피부로 와 닿을 만큼 생생하다.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 결승점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때, 그것은 누구의 잘못일까?”

 

각 단편들은 하나의 이야기로 끝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연결된 하나의 메시지가 있다. 우리가 살면서 잃어버리는 것들. 그리고 그 후의 변화된, 혹은 변화될 삶의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작가는 <아이를 찾습니다>의 수상소감에서 이렇게 말한다. ‘완벽한 회복이 불가능한 일이 인생에는 엄존한다는 것, 그런 일을 겪은 이들에게는 남은 옵션이 없다는 것, 오직 그 이후를 견뎌내는 일만이 가능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