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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105

최은진의 BOOK소리 105

미각은 어떻게 인간진화를 이끌어 왔나?

미각의 비밀

저자 : 존 매퀘이드 / 출판사 : 문학동네 / 정가 : 16,000

 

 

 

직장인들이 출근하면 가장 자주 떠올리는 생각은 오늘 점심은 뭘 먹을까란다. 마치 먹기 위해 출근하는 것처럼. 이렇게 맛은 단순히 배고픔이라는 욕망을 채우기 위함이 아닌 일상에서 찾는, 가장 행복한 것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먹는다는 것의 시작은, 우리가 가진 가장 본능적인 욕구, 살기 위해 다른 동식물을 살을 삼키면서였다. 그러다 맛을 사랑하게 되면서 인간의 미각은 진화해왔고 개인이 가지고 태어난 고유한 맛의 세계도 진화해왔단다. 캄브리아기 이전, 즉 맛의 탄생 이전에 태어나지 않은 걸 행운으로 여겨야 될 것 같다. 그전엔 먹는 즐거움이 주는 극한의 짜릿한 행복감을 느끼지 못했을테니까.

 

맛에 대한 간략한 전기라고 저자는 말했지만 이 책은 단순히 간략한 전기를 넘어선다. 맛의 탄생에서부터 단맛, 감칠맛, 쓴맛, 매운맛에 관한 탐구, 맛의 유혹과 우리의 DNA에 새겨진 맛에 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다. 과학은 물론 신화, 철학, 문학을 뛰어난 솜씨로 총망라한 통섭의 책이라 할 수 있겠다. ‘먹는 행위는 마음뿐만 아니라 모든 감각을 끌어 들인다고 요리사들과 식품과학자들은 선언했다.

 

이 책은 미각을 파헤치기 위해 모든 학문을 끌어들인다. 요리의 가장 높은 목표는 행복과 만족감을 주는 것이란다. 미각의 비밀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듯 자세하게 들어다 보며, 깊고도 넓게 인간진화의 비밀을 이끌어낸다.

 

저자는 편식에 대한 오해를 분명하게 풀어준다. 미국대통령 부시가 전용기에서 브로콜리 사용을 금지했고, 기자회견에서 해명을 요구받았다. “난 브로콜리가 싫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싫어했는데 어머니는 억지로 먹게 했지요. 하지만, 나는 이제 미국 대통령이니, 더 이상 브로콜리를 먹지 않겠습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가 브로콜리의 쓴맛을 싫어하는 건, 그의 타고난 미각 DNA때문이란다. 균형잡힌 식습관을 길러주려 아이에게 억지로 채소를 먹이려 고군분투하는 엄마들, 혹은 부족한 요리실력 때문에 아이가 편식을 한다는 죄책감을 가진 엄마들. 이젠 그럴 필요가 없다. 다만, 타고난 맛지도가 확장되어 다른 감각들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약간의 도움은 필요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