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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102

최은진의 BOOK소리 102

소통하는 신,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신!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

저자 : 한스 라트 / 출판사 : 열린책들 / 정가 : 12,800

 


신도 이제 인간과 소통하는 시대가 올 듯하다. 당신이 어떤 신을 믿든, 아니, 신을 믿든 안 믿든 여기 아벨 바우만이라는 신은 당신이 상상한, 그 어떤 신 이상일 것이다. 익살맞고 능청스러우며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신이 여기 있다. 그동안 신과의 소통은 늘 일방적이었다. 한스 라트가 이 책을 통해 만들어 낸 신은 인간과 함께 얘기하고 고민 상담을 위해 말을 걸어온다. 자신의 존재론적인 깊은 고민을 털어놓는 신의 모습, 낯설면서도 친근하다. 그리고 반갑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나랏님도 소통만이 불신을 잠재울 키워드임을 아시지 않는가?

 

여기 삶에 지칠 대로 지친 한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야코비. 아내와는 별거 중이고 심리상담사란 그럴듯한 직업이 있지만, 알고 보면 파산 직전의 위기에 처해 더 이상 물러설 곳조차 없는 상황. 그런 그 앞에 나타나 상담을 요청하는 아벨 바우만이라는 이름의 신. 이 어이없는 설정이 처음에 황당하지만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설득력있는 스토리에 서서히 압도당하고 만다. 웃기고, 속수무책이며, 좌절하다가 기적을 눈앞에서 보여주고, 괴로워하다가 죽어버리는 신이라니!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신의 최대고민은 바로 이 세상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는 것. 신도 감당 못할 정도로 인간사회는 빠른 속도로 병들어가고 있다는 메시지로 경종을 울린다.

 

인간은 삶이 두려워서 사회를 만들었고, 죽음이 두려워서 신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만들어낸 신이 불완전한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신의 존재 유무를 떠나서, 이 책의 신, ‘아벨 바우만은 우리에게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줌에는 틀림없다. 완전한 존재라고 믿었던 신도 이렇게 실수투성인데 우리 인간이 완벽할 수는 없다는 것,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에겐 큰 위안이 된다. 오늘 우리가 스쳐 지났을 많은 사람들 틈에 신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누가 아는가? 지팡이를 짚은 남루한 차림의 노인, 혹은 서류가방 옆구리에 낀 채 전철 손잡이에 기대 졸고 있던 중년의 사내가 신이었을지? 어쩜 그가 퇴근길에 술이나 한 잔 하자고 말을 걸어 올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