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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북소리

최은진의 BOOK소리 99

생을 걸고 하는 우정이 보여주는 힘!

동급생

저자 : 프레드 울만 / 출판사 : 열린 책들 / 정가 : 10,800

 

 

 

 

친구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죽을 수도 있다고 했던 16세의 소년들. 우정의 찬란함이 나치로 인해 빛을 잃어가는 모습을 담담하고도 설득력있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유대인 소년 한스과 독일귀족 소년 콘라딘이 만들어가는 우정의 시작은 풋풋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진지함과 깊이를 더해간다. 그러나 인종 청소를 위해 시체를 녹여 비누로 만들었던 시기에 그들의 우정이 설 자리는 더 이상 없었다. 비극으로 끝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이야기는 시대와 역사를 돌아보게 한다. 저자인 프레드 울만 역시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히틀러를 피해 영국에 정착했다는 사실. ‘내 상처는 아직 치유되지 않았고 독일을 떠올리는 것은 상처에 소금을 문지르는 격이다라는 한스의 말에 저자의 생각이 고스란히 반영된 게 아닐까.  

 

그는 19322월에 내 삶으로 들어와서 다시는 떠나지 않았다라는 한스의 무겁고 진지한 독백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그리고 엄청난 반전의 마지막 문장은 책장을 덮고 난 후 다시 한 번 이 첫 문장을 펼쳐보게 만든다. 반전으로 유명한 그 어떤 스릴러 영화도 이처럼 가슴을 후려치지는 못하리라. 비극적 상황을 직접 묘사하지 않고도 가슴을 후벼파는 듯한 담담한 서술방식이 눈길을 끈다. 게다가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문체도 한몫한다. 1971년에 출간되어 45년이나 지난 작품이지만,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잔혹한 역사와 이념의 대치가 불러일으키는 참혹함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사랑이 아닌 우정 이야기가 우리 가슴을 이렇게도 파고들 수 있다니! 인생을 배워가고 있는 소년들이 보여주는 순수한 우정이 우리를 황홀하게 하고, 그 순수함과 대비되는 시대상황의 참혹함이 그 깊이를 더해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역사를 이미 알고 있는 독자는 결코 해피엔딩일 수 없는 그들의 이야기가 읽는 내내 먹먹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이념과 전쟁이 상처로 남은 우정이라 해도 삶으로 들어와서 다시는 떠나지 않는친구가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한스는 남은 생을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지 않았을까? 그리고, 마지막 한 줄이 주는 감동은 생을 걸고 하는 우정(어쩌면 사랑일지도 모르는)이 보여주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