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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97

최은진의 BOOK소리 97

시간이 우리에게 주는 것, 우리가 시간으로 하는 일

지루하고도 유쾌한 시간의 철학

저자 : 뤼디거 자프란스키 / 출판사 : 은행나무 / 정가 : 13,000

 

 

 

시간은 기묘한 것이지.

그냥 흘러가는 데로 살면 시간은 아무것도 아니야

그러나 돌연 우리는 시간만은 느끼네

호프만슈탈은 <장미의 기사>에서 시간을 이렇게 노래했다.

 

우리는 거부할 수 없이 시간의 지배를 받는다. 하지만, 일상 생활에서 시간을 집중해서 느끼며 사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시간은 아무것도 아닌 듯 보인다. 그러나, 정말 아무것도 아닐까?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누구도 나에게 시간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때는 시간이 무엇인지 아는 것 같은데, 정작 묻는 이에게 설명을 하려면, 나는 시간이 무엇인지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 철학과 함께 독문학, 예술사를 두루 섭렵한 저자는 다양한 접근으로 시간의 본질에 대해 논하고 있다. 책은 지루함이라는 시간’, ‘새 출발의 시간’, ‘근심의 시간’, ‘사회화한 시간’, ‘고유한 시간’, ‘충족된 시간과 영원등 총 10장에 걸쳐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시계로 재는 시간이 아닌, 시간의 작용이 남긴 흔적에 초점을 맞춰 접근했다. 그 출발점은 지루함이다. 바쁘게 뛰어다니는 순간에도 지루함을 느끼는 현대인들. 아무런 변화가 없이 시간이 굳어지는 것 같을 때 필요한 건 새로운 출발이라고. 과거는 버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이 고인 시간을 다시 흐르게 해준다는 것! 알고 보면 우리의 근심과 불안은 모두 일어날지도 모르는, 하지만 일어나지 않은 일들 때문이다. 우린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만으로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이 얼마나 멍청한 짓인가?

 

우리는 저마다 상대적이고 고유한 시간을 갖는다. 기술과 지식이 순식간에 늙어버리고, 버려지는 세상, 너무 빨라서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거기에 발맞춰 살아가려는 인간의 노력은 필사적이다. 그런데, 그런다고 우리가 늙지 않고 죽지 않을 수 있을까? 저자는 자신만의 고유한 시간에 모든 것을 맞출 것을 조언하고 있다. 아프리카 원주민들은 사흘을 달리다가 주저앉아 쉬는 이유를 같이 간 탐험가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쉬지 않고 너무 빨리 왔다. 이제 우리 영혼이 따라올 시간을 주기 위해 이곳에서 기다려야 한다. 순간의 지루함 속에서도 눈깜짝할 새 사라져가는 시간을 다채롭게 사용하려면, 이런 기다림이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