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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95

최은진의 BOOK소리 95

영미작가들이 펼치는 아름다운 산문

천천히, 스미는

저자 : 버지니아 울프 외 24/ 출판사 : 봄날의책 / 정가 : 15,000

 

 

 

우리보다는 조금 더 넓고 깊게 인간과 사물을, 천천히 오래도록 응시한 25인의 영미작가들이 산문의 향연을 펼쳐보인다.

책읽기 좋을 때는 아무 때나다. 아무 도구도 필요 없고 시간과 장소를 지정할 필요도 없다. 책읽기는 낮이든 밤이든 어느 시간에든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예술이다. 이유 없이 또는 사소한 연상 작용으로 문득 책이 읽고 싶어질 때가 있다.’

영국의 유명한 애서가이자 저널리스트인 홀브룩 잭슨의 말처럼 아무 때나 펼쳐 들고 읽고 싶은 산문을 골라읽는 재미를 느끼고 싶다면, 손이 닿는 곳 가까이에 이 책을 두면 된다. 읽는다는 단순한 기쁨과 문장의 편안함이 우리를 감싸줄 테니까.

인생에 대한 깊은 사색, 일상 풍경에 대한 탁월한 묘사, 삶에 대한 여유로운 관조, 개인적 에피소드의 재치 있는 기술, 슬픔과 고통의 순간들에 대한 절제된 토로를 이 한 권으로 다 만날 수 있다. 작가 25명의 산문 32편은 저마다의 성격과 영혼이 있다. 그래서 글의 내용도, 색깔도 다양하다. 엮은이의 바람대로 모퉁이를 돌 때마다 풍경과 느낌이 달라지는 골목길을 산책하듯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우리에게도 이미 익숙한 버지니아 울프, 조이오웰,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오스카 와일드, 찰스 디킨스 외에도 멋진 산문으로 추운 겨울을 녹여주는 작가는 많았다!

<읽을 것이냐, 읽지 않을 것이냐>편에 실린 우리는 너무 많이 읽다보니 감탄할 시간이 없고, 너무 많이 쓰다보니 생각할 시간이 없다는 오스카 와일드의 말이 머리를 내려친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읽는 즐거움은 아는 사람은 독서를 멈출 수 없고, 오직 쓸 때만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작가도 있으니, 그들은 쓰고 우리는 읽기만 하면 된다. 제목처럼 천천히, 스미듯마음을 파고드는 글귀들로 이 추운 겨울의 한 모퉁이를 녹이고 싶을 때 차 한잔과 곁들어 멋진 산문을 읽는 작은 호사를 어찌 포기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