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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94

최은진의 BOOK소리 94

나비, 그 고독과 치유의 날개짓이 문학이 되다!

나비 탐미기

저자 : 우밍이 / 출판사 : 시루 / 정가 : 14,000

 

 

 

어릴 때 잠자리채 들고 곤충채집 한 번 안해 본 사람 있을까? 곤충을 싫어하는 사람도 나비를 징그럽다거나 혐오하는 사람은 없을 듯한데, 그물에 갇힌 아름다운 나비는 철저히 인간의 입장이었다. 나비 입장에서 그 순간의 무시무시한 공포에 대해 염려하는 이 책의 저자 우밍이. “잠자리채 안에 담겨 관찰자의 판별을 기다리고 있는 나비의 심정은 잔뜩 잡아당겨져 끊어지기 직전인 활과 같을 것이라며. 나비의 삶에 깃든 삶의 희노애락을 문학으로 아름답게 풀어낸 탐미적 자연 에세이. 그의 인품이 느껴지는 18편의 에세이는 가벼운 듯 부드럽지만 결코 가볍지 않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곤충전시관에서 해설사로 일하다 왜곡되고 변형된 자연을 전시하는 데 회의를 느낀 우밍이는 탄생과 살육이 공존하는 그곳을 도망친다. 종이 사이에 끼워져 표본이 된 나비를 보며 자연을 보호한다는 허울 뒤 감춰진, 돈을 쫓는 인간의 추악한 얼굴을 목격한다. 깊은 고민을 하던 그는 나비를 쫓아 자연을 탐색하고 자신을 성찰하게 된다. 그 여정이 고스란히 담긴 그의 에세이는 이른바 생태 문학이라는 아름다운 산문으로 태어났다. 그의 글엔 생명과 자연에 대한 존엄성이 녹아있어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데, 그게 다가 아니다. 진정한 언어의 힘을 보여주는 격조높은 문학의 폭발력이 느껴진다.

 

당신은 진정 살아있는가라는 여는 글로 시작하는 그는 우리가 어떤 자리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든, 먼저 인간의 자세로 다른 생명을 대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어느 시인은 나비를 온전히 펼쳤다가 접는데 한 생애가 다 걸리는 책이라 했다는데. 한 생애을 바쳐 나비를 쫓아 꿈꾸고 그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예찬해 온 우밍이, 말그대로 나비탐미기를 평생 실천해 온 그의 삶이 어쩐지 나비를 닮아 있는 듯하다. 가벼운 듯 우아하며 고독을 즐기고 인생을 관조할 줄 아는 나비처럼... 밤새 내린 눈으로 얼어붙은 도시에서 복숭아빛 꿈같은 한 마리의 나비를 꿈꿀 수 있게 봄날 같은 시간을 선물해 주는, 그의 글에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