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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89

최은진의 BOOK소리 89

반전이 놀라운 달달한 추리속으로..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저자 : 우타노 쇼고 / 출판사 : 한스미디어 / 정가 : 11,000

 

 

 

로맨틱한 제목과 서정적인 표지만 보고서 달달한 연애소설인 줄 알고 이 책을 읽기 시작하는 독자가 많을 듯 한데, 아니다. 충격적인 반전으로 놀라움을 선사하는 추리소설이다. 물론, 끔찍하고 박진감 넘치는 추리의 틀 속을 꿰뚫고 지나가는 큰 메시지는사랑과 정열을 그대에게이긴 하다. 마지막 한 조각 퍼즐까지 다 끼워맞추고 나서야 비로소 어떤 그림인지 알 수 있게 되는 근사한 명화같은 소설. 읽는 사람을 끝까지 착각하게 만드는 서술트릭 때문에 주인공의 실체를 알고 나서 다시 앞장을 뒤적여 볼 수밖에 없게 만드는 작가의 대단한 능력에 찬사를 보내고 싶어진다.

 

우연히 살인사건조사를 의뢰받은 주인공 나루세가 자살하려던 여자 사쿠라를 구해주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후반부로 갈수록 몰입감이 점점 높아지고 흥미진진해지는 작가의 필력이 놀랍다. 지금은 잊혀진 90년대 오렌지족같은 청년을 연상케하는 나루세가 사실은 70대 노인이었다는 충격적인 반전과 함께, 연령과 상관없이 매력터지는 주인공의 캐릭터는 요즘말로 사기캐릭터. 이렇게 저돌적이며, 살아서 펄떡이는 심장을 가진 70대 노인이라니! 일흔살에도 스무살과 마찬가지로 설레는 열정으로 온몸을 던져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나루세는 말한다. 벚꽃이 피는 5월에만 관심받다가 외면당하는 벚나무는, 꽃이 진 후에도 멋진 녹음과 아름다움 단풍이 든다고.

 

알고 보면 단순한 줄거리의 사건들이지만, 사건과 시간을 교차시켜가며 엮은 탄탄한 구성 덕에 지루할 틈이 없다. 반전에 반전, 그리고 우리의 고정관념을 단번에 깨버리는 결말. 끝까지 가봐야 안다는 말을 몸소 보여주는 주인공의 실체와 마지막이 되어서야 모든 것이 이해되는, 작가의 서술트릭은 알고 봐도 당할 수밖에 없을만큼 놀랍다. 하지만, 이 추리소설을 통해 전하고 싶은 작가의 메시지는 단지 추리의 재미가 아닌, 이 소설의 마지막 문장에 있는 게 아닐까? ‘인생의 황금시대는 흘러가버린 무지한 젊은 시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늙어가는 미래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