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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88

최은진의 BOOK소리 88

일상이 되어버린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저자 : 알랭 드 보통 / 출판사 : 은행나무 / 정가 : 13,500

 

 

결혼한 세 커플 중 한 커플은 이혼한다는 세상이다. “결혼 생활을 해보니 어떻던가요?” 어떤 부부도 사람들 앞에서 이런 질문에 답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 사람들은 누군가의 연애(주로 연애의 초기단계)만 궁금해 할 뿐, 그들이 그토록 열망해 왔던 연인과의 사랑의 결실이자 완성인, 결혼생활은 관심 없다. 사랑의 호르몬은 6개월이 유통기간이라는데, 그럼 우린 일생동안 6개월만 사랑할 수 있다는 건가.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은 단지 사랑의 시작이라는 알랭 드 보통. 낭만의 한계와 결혼 제도의 모순을 넘어 성숙한 사랑으로 도약하기 위한 솔직하고 대담한 논리를 펼친다.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 가장 미워하는 사람으로 바뀌는 아이러니한 현실이 바로 결혼. 타인들이 잉여로 느껴질 만큼 온 신경을 뺏겼던 연인이 결혼 후 죽이고 싶은 사람으로 변하는 건 순식간이다. 모든 것은 우리가 그동안 낭만이라는 것에 학습되어왔기 때문이란다. 균열은 사소한 데서 시작된다. 이케아 컵을 고르는 일로부터 시작된 주인공 라비와 커스틴의 균열은 외도로까지 이어진다. 우리의 숨기고 싶은 내면을 들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주인공의 세밀한 심리묘사가 돋보인다. 결혼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할 것은, 사랑에 필요한 것은 열정이 아니라 기술이라는 점. 감정적 사랑의 한계에 대해 간과하고 있는, 사랑에 빠진 연인들의 착각이 그야말로 착각에 불과하다는 것.

사랑에 대한 통찰과 예리하게 파고드는 알랭 드 보통의 철학을 고스란히 담은 책. 그의 말을 빌리자면 결혼은 자신이 누구인지 또는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아직 모르는 두 사람이 상상할 수 없고, 조사하기를 생략해 버린 미래에 자신을 결박하고서 기대에 부풀어 벌이는 관대하고 무한히 친절한 도박이란다. 결혼을 앞둔 사람이라면 이 도박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 낭만에 기대기보단 배려와 합의를 장착한 사랑의 기술을 반드시 익혀야 할 듯하다. 그럼 불완전한 느낌에서, 완전해지고 싶은 욕망’(보통은 사랑을 이렇게 정의한다)에 약간은 다가서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