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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77

최은진의 BOOK소리 77

술과 안주, 그리고 친구가 있는 밤으로의 초대

나가에의 심야상담소

저자 : 이시모치 아사미 / 출판사 : 알에이치코리아 / 정가 : 12,000

 

 

 

일에 지친 직장인들이 목빠지게 기다리는 일명 불금을 질투가 날 정도로 근사한 시간으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고단했던 한 주가 끝나고 밤이 깊어지면 도심의 작은 원룸에 따뜻한 불이 켜지고 그들만의 작은 파티가 시작된다. 일본추리작가협회에서 주목하는 작가 이시모치 아사미의 신작으로, 기존의 미스터리작에서 볼 수 있었던 충격적인 사건이 아닌, 일상적인 소재를 편안한 술자리에서 추리하고 분석해서 해결해한다는 점이 일단 흥미롭다. 미스터리 소설의 단골소재인 살인, 납치같은 자극적인 소재도 없고, 심장이 쫄깃해지게 밀어붙이는 전개도 없다.

나가에, 구마이, 나쓰미라는 세 친구가 마음이 통할 때마다 가지는 술 모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일곱 개의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술자리에는 매번 새로운 초대 손님이 등장하고 그들이 털어놓은 크고 작은 고민들. 소소한 일상의 고민들과 이해할 수 없었던 상대방의 행동에 담긴 속마음을 집주인 나가에는 날카로운 추리와 치밀한 논리력을 바탕으로 알려준다. 실타래가 풀리듯 지난 모든 것이 선명하고 분명하게 다가오게 되고 뒤늦게 알게 된 주변사람들의 진심에 그들은 감정이 북받쳐 오르게 된다. 그런 그들에게 따뜻하고 세련된 세 친구의 위로는 덤.

불금에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이 먹고 마시는 것 아닌가. “악마 같은 두뇌를 가진집주인 나가에가 직접 요리하여 내놓는 소박한 술과 안주는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알고 보면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음식이지만 읽는 내내 입안에 침이 고인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알맞게 데워진 방으로 초대받은 듯 몸과 마음이 녹고 기분 좋은 나른함이 찾아온다. 나가에의 아늑한 원룸에 초대된 그들이 부러워지고 문득 가까운 사람들과의 술자리가 그리워진다. 편한 복장으로 슬리퍼를 끌고 가서 가볍게 한잔하며 고민도 함께 들어줄 <나가에의 심야상담소>같은 술집이 있다면 아주 성황일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