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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84

최은진의 BOOK소리 84

소음에 중독된 세상에서 침묵의 의미

침묵의 책

저자 : 세라 메이틀런드 / 출판사 : 마디 / 정가 : 15,000

 

 

끊임없이 소란스러운 세상에서 침묵에 대하여 오백 쪽이 넘는 분량으로 이야기하는, 서머셋 모옴 수상작가인 세라 메이틀런드. 사십 대 후반에 도시를 떠나 숲에서, 사막에서, 섬에서, 황무지에서 침묵에 몸과 마음을 맡겼다.

이 책은 침묵이 불러오는 어둠과 기쁨, 침묵의 문화사, 침묵의 매력을 탐험한다. 소음에 중독된 세계에서 침묵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무언가에 대한 경외감이며 존재의 이유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이다.

모든 말 밑에는 그보다 더 나은 침묵이 존재한다. 침묵은 영원처럼 깊고 말은 시간처럼 얕다.” 토머스 칼라일의 말처럼.

그녀에겐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극복하는 방법 또한 침묵이었고 침묵이어야만 했다.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고독과 침묵을 찾아 나섰던 것이다. 침묵은 단지 말이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인간 본성을 찾기 위해 심연의 바닥으로 가기위한 최고의 방법이라는 걸 그녀는 분명히 알고 실천했다. 어떤 사람이 나에게 정말 편하고 좋은 사람인지를 알 수 있는 방법, 바로 침묵이다.

진정으로 굳은 결속은 대화가 끊기지 않는 사이가 아니라 침묵이 불편하지 않은 사이라는 사실을 우린 아니까. ‘끊임없는 소음은 관계의 얄팍함을 은폐한다며 순간의 침묵을 덮어버리기 위해 초조하게 꺼내는 대화가 그 한 가지 현상이라는 그녀의 말에 백번 동의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침묵과 사랑에 빠진 그녀는 침묵을 깊이 묵상하고, 인류가 걸어온 침묵의 여정을 생각한다. 침묵의 영향력을 이야기한다. 낭만적인 고독의 축복을 위해 간 알프스에서 자연의 침묵 속에서 속박당하지 않는 자유를 느끼고, 문명화된 삶에 순응하라는 압박에서 벗어나게 된다. 완벽한 침묵을 위해 소유물을 줄였다는 그녀. 휴대폰과 텔레비전과 라디오가 없는 삶, 시골에 혼자 살며 초인종이나 전자레인지, 빨래 건조기가 쓸모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입을 다문 채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너무 많은 물건들과 소음들 속에 둘러 쌓인 채 살고 있는 건 아닐지. 어디에든 빈 공간은 필요하다. 특히 우리 마음속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