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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각본따라 '칼질' vs 기준미달 '해촉'

당사자들 거센 반발 근무평정 점수 근거 없어

정치적 결정 희생양 주장 향 후 파장 커질 듯
지역 예술계, 예술단 사유화 우려…대책 촉구


   
▲ 시립청소년합창단 공연모습
용인시립소년소녀합창단(이하 합창단) 상임 지휘자와 반주자 해촉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시는 정당한 평정심사에 따라 기준에 미달돼 해촉했다는 입장이지만, 해촉된 단원과 일부 학부모 등은 ‘각본에 따른 심사’라며 반발하고 있는 것.

특히 해촉된 상임지휘자는 “근무평정 점수에 대한 근거가 없다”며 법적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그러나 공직사회와 문화예술계 일각에서는 시립 청소년 합창단이 사실상 사유화 돼 있어 전문화 된 시스템 구축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상임지휘자 해촉 등을 둘러싼 논란은 문화계 전반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시는 지난 20일 자로 계약 만료된 합창단 상임지휘자 강 아무개씨(55)와 반주자 고 아무개씨(54·여)의 재계약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시에 따르면 현재 56명의 단원이 활동 중인 합창단은 강 씨 등이 지난 1999년 창단한 뒤, 지난 2001년 시립합창단으로 지정됐다. 이후 강 씨와 고 씨는 2년 계약직인 상임 지휘자 및 반주자를 6차례 연장하며 15년간 합창단을 이끌어왔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강 씨는 지난 1일 열린 평정심사위원회 심사결과 재계약을 위한 최저 점수에 미달돼 해촉이 결정됐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시의 평정위원회 심사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시 담당부서에서 의도적으로 평정점수를 낮게 조정했다는 것. 사실상 각본에 따라 해촉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강 씨의 경우 2013년 평정 점수는 85점이었는데 지난 1일 심사에서는 69.65점으로 15점 하락됐다. 재계약을 위한 최저 점수는 70점으로, 강 씨는 겨우 0.35점이 모자란 것.

문제는 강 씨의 평정점수에 대한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시 측이 강 씨의 평정점수가 크게 떨어진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반주자 고 씨의 경우 재계약 요건을 충족했지만, 시 관계자가 ‘합창단 분위기 쇄신’을 이유로 해촉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 측은 “지휘자와 반주자가 함께 움직이는 합창단 특성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설명이지만, 이른바 ‘각본 해촉’ 논란에 불을 붙인 셈이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일부 단원 및 학부모들은 “시의 정치적인 해촉 결정으로 아이들이 마음에 상처를 받고 있다”며 해촉 철회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 “강 씨 등의 해촉 절차에 대한 전문가 자문 및 법적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시, 산하 문화·예술단체 관리 ‘도마위’

한편, 문화예술계 일각에서는 시 산하 문화·예술단체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시 공직자들이 직접 관리하다보니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

문화·예술분야 특성을 잘 알지 못하는 공직자들이 관리를 하다보니, 일부 단체에서 특정인물이 장기간 단체를 장악하는 ‘사유화’ 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

논란이 되고 있는 합창단 등 시립예술단체에서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문화·예술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시립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경우 지난 2012년 용인문화재단설립 당시 운영 및 관리권한이 재단 측으로 이관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두 예술단 상임 지휘자 및 일부 단원 등이 이를 적극 거부하며 성사되지 못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정치인 등을 동원하는 등 압력을 행사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문화계 관계자는 “시립 예술단의 경우 전문인력 보강 또는 전문 기관에 관리를 맡기는 방안이 절실하다”며 “이와 함께 시립 예술단이 개인의 역량에 좌우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제도화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