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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2막/바리스타로 거듭난 박송자(72세) 씨

   
▲ 바리스타 박송자 씨

각계각층 손님과의 만남은 뒤늦은 깨달음 줘
사회 일원이란 자부심과 노후 생활의 활력소

“지금요? 제가 1944년생이니까 일흔 두 살이지요. 바리스타 교육은 떨리고 어려웠지만 재밌게 배웠어요. 실수를 해도 웃었고 만든 커피가 조금 덜 맛있어도 웃었어요. 같은 또래 교육생들이고 모두 저와 같이 처음 다루는 일이었기에 같이 웃어 줬지요. 지금은 그분들과 바리스타로의 새로운 인생을 맛보고 있답니다.”

결혼 후 직장생활에서 벗어나 남매를 키우며 집안 살림에만 전념했다. 아이들을 모두 출가시킨 후에는 부부만의 오붓한 생활을 꿈꾸며 지난 2006년 용인시 동백으로 이사했다.

교회 가는 일 외에는 외부 나들이가 거의 없이 집에만 있다 보니 오붓하다는 생각보다는 무료함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지난 2011년, 우연히 노인복지관을 방문해 회원증을 만들었고 나들이 겸 활동하며 또래의 주위 사람들을 돌아보니, 바쁘게 활동하는 모습이 무척 부럽게 느껴졌다.

“저 정도는 나도 할 수 있겠는데?” 마음을 먹었고 바로 교육을 받기 시작한 것이 바로 동화 구연이었다. 교육을 받던 중, 바리스타 교육생을 모집한다는 공고가 눈에 들어왔다. 당시 시니어클럽의 노인일자리 창출 사업으로 1기 교육생을 모집하고 있었다.

박송자 바리스타는 “공고를 접한 순간 한 번도 해본적은 없었지만 무척 끌리는 마음에 우선 지원부터 했다”며 “면접을 보는 시간에도 무척 떨렸지만 일단 교육생으로 합격하게 됐다”고 말했다.

1개월 남짓 거의 매일 교육을 받았고 배운다는 것에 만족과 행복을 느꼈으며 하하하 호호호 우여곡절 끝에 결국 해냈다는 성취감을 가득 안고 수료해서 처음 바리스타로 일하게 된 곳은 처인구청 카페 휴~였다.

박 바리스타는 “자신감 부족으로 다른 교육생들보다 더욱 조심하며 처음엔 멋모르고 따라했지만 배우면 배울수록 더 어려웠다”며 “실수를 해도 웃었고 커피의 양과 압축 같은 작은 것 하나가 커피 맛을 좌우한다는 것 등을 알아간다는 것에 더 크게 웃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8월초, 수자구청 카페 휴~를 개점하면서 일자리를 수지로 옮겼고 현재의 다섯 멤버와 주2회씩 돌아가며 일하게 됐다.

그는 “일주일 계속 일하는 것은 약간 체력이 못 따라간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지금은 즐겁게 일하고 있다”며 “새로 바뀐 최신 커피기계에도 교육을 받고 잘 적응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금전적으로 내가 벌어서 내가 쓴다는 자부심과 함께 손자들 용돈도 내가 번 돈으로 줄 수 있고 특히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여러 사람들 앞에 서기위해 안하던 화장도 하게 되니 생활 속 자신감도 회복해 이젠 생활 자체가 행복이다.

손님 주문을 받고 열심히 만들어서 주문한 커피나 차를 제공하면 맛을 본 손님의 표현은 제각각이다. 손님이 행복하면 같이 행복했지만 가끔 만족하지 못한 어린손님을 볼 때면 “다음엔 저 손님 입맛도 사로잡아야지”하는 마음이 생긴다.

사회 일원으로 자부심을 갖고 일하다보니 흘러가는 시간이 잡고 싶을 정도로 아쉽다는 그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노후생활의 활력소”라며 “여러 계층의 손님들과 접하다보니 결국 인간과 인간의 가장 좋은 연결고리는 사랑임을 이 나이임에도 다시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노인일자리 창출 사업이 더욱 활성화 돼서 내 또래 건강한 노인들이 우울에서 벗어나 노후의 행복을 만끽하는 용인시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