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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

용인시 우왕좌왕 … 메르스 컨트롤타워 실종

정 시장 투명한 공개 요구에도 보건소 관련정보 독점 요지부동

#1. 지난8일 오전 시 메르스 비상대책본부소속 부서. 이날 해당부서 분위기는 무거웠다. 용인지역 첫 번째와 세 번째 메르스 확진판정을 받은 노부부의 임신 중인 딸이 메르스 양성반응을 보였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다. 해당부서 관계자는 지역 3개구 보건소 중 선임인 처인구 보건소와 수지구 보건소 측에 사실 확인 및 감염경로 등의 확인을 요청했지만, 확인된 사실이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본지 취재진과 연락이 닿은 처인구 보건소장은 “해당 여성이 임신중이고, 최초 확진자의 자녀라는 점 외에 아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해당 사안에 대해서는 수지구 보건소장이 직접 시장에게 보고키로 해 정보를 전달받지 못했다는 부연 설명이다.

#2. 지난 10일 취재진에게 지역 병원관계자로부터 제보전화가 걸려왔다. 지역 내 A병원에서 두 차례 음성 판정을 받은 의심환자가 수원 지역 대학병원에서 양성판정을 받았다는 것. 그는 해당 환자가 용인세브란스 병원 응급실을 경유해 보건당국이 응급실 폐쇄조치를 했다는 사실도 알려왔다.
그러나 처인구 보건소 측은 이에 대해 A병원을 경유해 수원지역 대학병원으로 간 것은 맞지만, 양성판정을 받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음날 이 여성은 용인지역 7번째 확진환자로 판명됐다. 처인구 보건소 측은 11일 오후까지 세브란스 병원 응급실 폐쇄조치에 대해 ‘말 할 수 있는 정보가 아니다’는 공식 입장만 반복했다. 그러나 정작 세브란스 병원 측은 질병관리본부로부터 72시간 폐쇄 명령을 받았고, 13일 운영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8일 용인지역 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확진환자가 최초 2명 발생 후 불과 일주일 만에 8명으로 늘어난 가운데(1명 사망), 시민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무엇보다 시와 보건당국의 제한적 정보공개로 인해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이어지며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시 측은 지난 8일 당초 부시장을 본부장으로 하던 비상대책본부를 정찬민 시장을 필두로 한 종합대책본부로 격상시켰지만, 공직내부에서 조차 불신하는 분위기다.
대책본부의 중추 역할을 해야 하는 3개구 보건소 측이 메르스 관련 정보를 독점, 대책본부에 조차 제한적으로 공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직사회를 비롯한 시민들은 보건소 측의 이 같은 대응에 강력한 문제를 제기하는 모습이지만, 각 보건소 측은 요지부동이다.
특히 이들 보건소들은 ‘각 부서와 시민들에게 메르스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정찬민 시장과 정용배 부시장 등 시 행정 수뇌부들의 지시에도 불구, 질병관리본부 지침을 이유로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혼란은 공직 내·외부에서는 메르스 관련 컨트롤타워 부재와 정 시장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메르스 관련 정보를 대부분 실시간 공개하고 있는 인근 성남시 등 다른 지자체와 상반되기 때문이다.

시에 따르면 용인지역 내 3개구 보건소 중 처인구 보건소가 선임 보건소다. 용인지역 보건당국 총 책임자인 셈이다. 이에 따라 메르스 관련 비상대책본부를 만들면서부터 모든 정보를 처인구 보건소에서 취합해 시 안전총괄과에 전달키로 했다.
하지만 용인지역에 메르스 의심환자 및 확진자가 나오며 상황이 변화됐다. 보건소 측이 질병관리본부 지침을 이유로 정보공유를 거부한 것. 안전총괄과를 비롯한 대책본부 소속 부서에서 관련 정보를 요구했지만, 보건소 측은 모두 거절했다.

대책본부 관계자는 “시민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시장도 최대한 많은 정보를 공개하라고 수 차례 지시했지만, 보건소 측은 관련 정보를 독점한 채 공개하지 않았다”며 “역정을 내는 시민들한테 오히려 죄송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상급기관인 질병관리본부 눈치가 아니라 최대한 많은 정보를 공개해 시민들의 불안을 최소화 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보건소 측은 상황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공직사회는 인근 성남시 등 다른 지자체와 비교되는 용인지역 보건소 측 대응에 실망하는 분위기다.
인근 성남시의 경우 이재명 시장이 직접 메르스 관련 정보를 실시간 공개해 왔다. 그러나 최근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한 뒤 중원구보건소 측이 이를 늑장 보고한 것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고, 이 시장은 보건소 측에 더욱 강력한 대응조치를 지시했다.

보건소를 24시간 3교대 근무체계로 전환한 뒤, 사실상 감사관인 갈등 조정관을 해당 보건소에 상주토록했다.
성남시는 메르스 확진환자는 물론 자택격리 등 밀접접촉자의 경유 병원과 사는 지역 등을 상세히 공개하고 있다.
용인 공직사회 일각에서는 정 시장을 비롯한 시 수뇌부의 리더십 문제와 함께 인사조치 등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공직 내·외부로부터 보건소 측 문제점을 전달받은 정 시장이 간부회의를 통해 보건소장에게 직접 ‘정보공개’를 지시했지만, 보건소장이 사실상 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날 보건소장은 정 시장에게 ‘상급기관으로부터 지시받지 못한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공직자 A씨는 “성남시장과 용인시장의 리더십 차이가 드러나는 단면”이라며 “위기 상황에서 시민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하는 것이 공직자고, 공직자를 이끄는 이는 단체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