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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17-시인의 동물감성이 우리에게 꼬리친다.

꼬리 치는 당신 ㅡ 시인의 동물감성사전 / 저자 권혁웅

최은진의 BOOK소리 17-시인의 동물감성이 우리에게 꼬리친다.

   
◎ 저자 : 권혁웅 / 출판사 : 마음산책 / 정가 :15,000원

“뱀은 소리를 듣지 못한다. 고막은커녕 귓구멍도 없다. 대신에 땅의 진동을 아래턱과 내이로 듣는다. 소리가 아니라 진동으로 듣는다 이거다. 우리도 그럴 때가 있지. 손잡은 그이가 떨고 있을 때, 그이는 내게 말을 건네는 거야.”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동물들이 때로는 아픈 부분을 건드리면서, 때로는 행복 바이러스를 전해주면서 우리에게 꼬리친다. ‘시인의 동물감성사전’이란 부제를 달고 새로운 글쓰기를 시도한 저자는 친숙한 동물은 물론, 이름조차 낯선 동물에 이르기까지 500여종이 넘는 생명체에 대한 과학적인 지식을 시인의 눈을 투영하여 한편의 시로 완성한다.

웃다가 가슴 먹먹해져 눈가를 적시다가 곧이어 깊은 삶의 의미를 잠시 고민하게 만드는 시를 닮은 동물사전쯤으로 이 책을 설명하면 될까? 도무지 장르를 꼭집어 파악하기 힘든 이 책은 간결한 문장으로 생동감 있고 유머스럽게 동물을 표현한다.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백과사전으로, 어른들에겐 세상의 모든 생명들이 들려주는 삶의 메시지가 담긴 철학책으로 소장 가치가 충분하다.

저자가 동물을 대하는 방식은 사랑스러움도 혐오스러움도 모두 자연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인다는 것! 우리와 다른 듯 닮은, 어쩌면 우리 자신일 수도 있는 동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다보면, 머리는 산뜻한데 마음은 차분해진다. 장르를 설명하기 애매한 책, 그러므로 모든 장르를 넘나드는 것으로 해 두자. 이 책이 생물학책이던, 시집이든, 에세이든, 백과사전이든, 철학책이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너무 무겁고 진지해서 잔뜩 무게 잡으며 인생에 대해 주절주절 지겨운 조언을 하는 지침서나 철학서가 아니다. 사소하고 단순한 생명이 있는 것들이 주는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지는, 동물의 한 종(種)에 불과한 인간이 가진 본성에 관한 유쾌하고 담백한 철학책쯤으로 생각하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