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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15-시인의 눈에 담긴 바다를 엿보다

바다를 품은 책 자산어보 /저자 손택수

최은진의 BOOK소리 15-시인의 눈에 담긴 바다를 엿보다

   
◎ 저자 : 손택수 출판사 : 아이세움 정가 :12,000원

흑산도에서 유배생활을 하면서 155종의 바다생물들에 관한 기록을 남긴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시인의 시선을 빌려 와 쓴 책이다.

정약전의 <자산어보> 의 번역본이 아니라 일부 원문에 시인 손택수의 단상이 곁들였다. 원작을 깊이 접하고 싶은 독자라면 아쉬움이 있겠지만 고전을 지루하지 않고 감성을 더해가며 읽을 수 있는 고마운 책이다.

“이백 년 전 바다를 항해하다”라고 머리말을 쓴 저자는 우리에게 뗏목을 타고 무한한 바다로 잠시 항해하게 해 준다. 바다에서 소년기와 청년기를 보낸 시인의 바다에 대한 애정이 한 구절 한 구절에 담겨 있다. 현대 시인들의 시를 인용하기도 하고 자신의 일화를 더하여 바다생물들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를 도왔으며, 그려넣은 세밀화가 그 생생함을 더해준다. 단순한 바다생물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대와 인생을 성찰하는 시인의 모습이 보인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고정된 중심이 사실은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고 알려준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이전에 우주가 지구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믿었던 시대가 있었던 것처럼 ‘지구’나 ‘수평선’이라는 말이 얼마나 육지중심적인 말인지를 깨닫게 된다. 사실, 이 지구라는 별은 72%가 바다로 덮혀 있고, 수평선은 육지가 아닌 바다에서 보면 휘어져서 둥근 원 모양이 된다는 말에서 우리의 고정된 시선은 무너진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독자는 알게 된다. ‘지구’라는 말보다 어쩌면 ‘해구’라는 말이 이 별에 더 어울리고 수평선은 직선이 아니라 아름다운 곡선임을…바다에서의 중심에 대한 시인의 생각을 들어보자 “배 위에서는 중심을 잡는 대신 중심을 무너뜨리는 걸음걸이가 더 알맞다.

하나의 굳어진 중심 대신 바다에는 무수한 중심점이 있는 것이다.” 책을 덮는 순간부터 코끝을 간질이는 바다의 비릿함을 느껴보시라. 그리고 눈을 감고 아름다운 곡선의 수평선을 상상해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