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7 (금)

  • 구름많음동두천 17.9℃
  • 구름많음강릉 23.0℃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대전 20.5℃
  • 구름많음대구 20.3℃
  • 구름많음울산 20.7℃
  • 구름많음광주 20.3℃
  • 구름많음부산 21.6℃
  • 구름조금고창 ℃
  • 맑음제주 23.1℃
  • 구름많음강화 18.4℃
  • 구름많음보은 18.3℃
  • 구름많음금산 20.1℃
  • 구름조금강진군 22.3℃
  • 구름많음경주시 18.9℃
  • 구름조금거제 21.7℃
기상청 제공

최은진의 BOOK소리 12-그 시절, 그녀는 정말 악녀였을까?

2백년 전 악녀 일기가 발견되다 ( 저자 : 돌프 페르로엔)

최은진의 BOOK소리 12-그 시절, 그녀는 정말 악녀였을까?

   
◎ 저자 : 돌프 페르로엔 출판사 : 내 인생의 책 정가 : 10,8000원

이 발랄한 제목의 소설은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내내 우리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30분만에 다 읽은 후 3일은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책이다.

저자는 우연한 기회에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던 수리남을 방문하면서 흑인노예의 참담한 현실을 인식하게 되었고 그들의 희생을 기억해야 한다고 다짐했으며 그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는 것을 이 소설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생일선물로 ‘꼬꼬’라는 노예와 채찍을 선물 받은 열네 살의 소녀 마리아가 담담하고 순진한 말투로 써내려가는 일기는 우리를 경악케 한다. “눈부시게 하얀 천 위에 한 점 얼룩 같은 사악함”의 소녀 마리아, 할아버지가 아픈 것을 걱정하는 인정 많은(?) 마리아는 채찍질을 당하는 노예의 비명소리를 들으며 맛있게 후식을 먹는다. 아빠가 총애하는 여자노예의 얼굴에 하이힐 뒷굽이 박히게 하고 피를 흘리는 노예를 계단으로 밀치며 “어쨋거나 저게 이젠 이쁘지 않게 되었구나.”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엄마도 있다.

반성과 자기 성찰을 모르는 소녀의 일기는 순진한 말투와 문체로 인해 악행이 더욱 부각된다. 2백년 후의 우리가 볼 때 마리아는 둘도 없는 악녀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소녀의 일기 속에는 어떠한 문제점도, 죄책감도 없으며 잘못을 지적하거나 바로잡는 어른 또한 한 명도 없다.

그 시대엔 그녀는 악녀가 아니었다. 그녀는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시되도록 교육받았고, 인권이라는 말도 없었고 흑인노예는 사람이 아니었던 시대였다. 어른의 올바른 역할과 교육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또한 시대에 따른 선악의 기준과 진실에 관한 고민을 안겨 준다. 더불어 무지의 결과로서의 악행은 용서받을 수 있는가라는 화두를 던져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