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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10-나무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서

나무열전 (강판권, 글항아리)

최은진의 BOOK소리 10-나무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서
   
◎ 저자 : 강판권 출판사 : 글항아리 정가 : 18,000원

늘 나무와 더불어 살아가고 있지만 바쁜 현실로 인해 느끼지 못하는 우리에게 묵묵히 우리 곁을 지키고 있다고, 잠시 산책하던 걸음을 멈추고 나무에 귀 기울이라고 말해주는 책이 있다. 자신을 나무에 미친 ‘나무환자’로 자칭하는 나무박사 강판권이 쓴 책이다.

‘나무에 숨겨진 비밀, 역사와 한자’라는 부제가 이 책의 특징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 나무가 가지고 있는 이름의 고유한 뜻을 한자를 통해 해석하고, 나무의 일생과 문화 간의 관계를 내용으로 구성했다. 읽다보면 자연스레 나무에 대한 지식을 얻어나갈 수 있는데, 그 설명이 간결하여 옛이야기를 듣는 듯 재미있다.

1부 ‘숲을 바라보며’에서는 나무가 무엇인지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에서부터 시작하여 뿌리, 열매, 줄기와 가지, 껍질, 잎, 꽃, 열매 등에 대한 나무의 근본을 알려준다. 2부 ‘숲에서 줍는 한자’에서는 40여종의 나무에 붙여진 이름을 한자로 풀어내어 각각 나무의 특징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3부 ‘숲을 나오며’에서는 나무의 죽음과 그에 따른 쓰임새를 고유의 건축과 자연스레 연결시킨다.

나무를 사랑하는 법을 보여주는 이 책을 읽다보면 나무 앞에서 우리는 한없이 겸손해진다. 인간이라는 동물의 관점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는 우리보다 어쩌면 더 철학자적인 면모를 지닌 것이 나무라는 것이다. 움직이지 못하는 나무를 우습게 보는 인간을 나무들이 오히려 가소롭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책은 요즘 열풍으로 치닫고 있는 인문학의 중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나무를 닮은 선비 강판권이 꿈꾸는 세상 가운데 하나는 인문학과 식물학을 창조적으로 만나게 하는 ‘인문 식물학’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맺음말에서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이라도 가까운 숲으로 달려가 나무가 지닌 향기와 의미와 이야기들에 귀 기울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