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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북소리 7 - 사랑을 멈춰버린 어른을 위한 그림책

은행나무처럼 (글 김소연 / 그림 김선남)

   

◎ 글 :김소연 그림: 김선남 출판사 : 마루벌 정가 : 12,000원

1~100세 어린이와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주제로 마루벌출판사에서 기획한 그림책 「0100 갤러리」 시리즈 중 제 1권에 해당하는 그림책이다.

김소연 시인의 읖조리듯 담담한 어조와 김선남 화가의 어른거리 듯 아름다운 그림의 조화가 책장을 자꾸 들춰보게 한다. 따뜻하면서도 가슴이 아파오는 그림책으로 사실 아이들보다는어른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은행잎이 하나 둘 날리는 쓸쓸한 가을길을 나직히 들려주는 가슴 뭉클한 시 한편 감상하며 여행을 하는 기분이랄까. 그 아름다운 곳으로의 여행은 고작해야 십 여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지만 여행이 주는 여운은 한참을 가슴 먹먹하게 하다가 저도 모르게 눈가가 촉촉하게 해준다.

사랑이 얼마나 낡아가는지, 그 낡아가는 사랑을 어떻게 성숙하게 지켜나가야 할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언제나 마주 보며 서 있었’던 은행나무 두 그루가 ‘봄날보다 더 봄날처럼’ 따뜻해지는 사랑을 하고 ‘마주 보고 서 있는 서로의 모습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된다.

그러나 결혼을 해 본 사람은 다 안다. 아이를 낳고 키워 본 사람은 다 안다. 그 과정에선 모든 것이 생략되고 뒷전으로 물러나고 오롯이 아이를 위한 시간만 존재하는 긴 세월이 있다는 것을......그래서 “네 생각만 하느라 마주 보는 것도 다 잊었단다.

엄마 아빠 마음 속에 엄마 아빠는 점점 없어지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너만 보였지.”라는 말에 누구나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넓고 거친 세상을 향해 아이를 내보내고 나면 허전하고 쓸쓸한 마음을 남은 둘이서 처음처럼 마주보게 된다는 걸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행복하다 말하면서도 그게 다는 아닐 거고 든든하다 말하면서도 그게 다는 아닐 거고 모든 걸 얻었다고 생각하면서도 모든 걸 잃은 듯한 느낌.”을 너무도 잘 하는 세상 모든 부모는 아니, 어른들은 여기서 강한 펀치 한 대를 맞은 듯한 기분이 든다.
그러므로 이 아름다운 그림책은 단언컨대, 사랑은 멈춘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