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8 (토)

  • 구름많음동두천 13.5℃
  • 맑음강릉 22.3℃
  • 구름많음서울 16.7℃
  • 맑음대전 12.9℃
  • 맑음대구 13.0℃
  • 맑음울산 13.5℃
  • 맑음광주 15.1℃
  • 맑음부산 16.1℃
  • 맑음고창 ℃
  • 맑음제주 16.6℃
  • 맑음강화 16.8℃
  • 맑음보은 10.3℃
  • 맑음금산 9.4℃
  • 맑음강진군 12.9℃
  • 맑음경주시 11.0℃
  • 맑음거제 16.6℃
기상청 제공

성공한 정변, 계유정난은 조선을 병들게 했다

세조 즉위로 부패한 특권집단이 훈구파가 됐다

반정(反正)은 바른 상태로 돌아가게 한다는 뜻으로, 조선은 중종 반정과 인조 반정 등이 이런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다면 계유정난과 세조의 즉위는 반정인가? 아니면 성공한 쿠데타인가?

세조 즉위가 왕권강화의 명분을 가졌다면, 그 이후의 과정을 살펴보면 된다. 단종이 어린 12살의 나이여서 왕권이 약화되었다라고 하는 의미는 조선의 국가시스템을 이해 못한 때문이다. 종친의 정치 참여를 엄격하게 금지시킨 태종이 지하에서 통곡할 일이다. 사적으로 숙부지만, 공적으로는 단종의 신하였던 수양대군이 왕권강화를 위해 국왕이 임명한 정승들을 몰살시킨 것은 정권찬탈을 위한 것이다. 특히 김종서와 황보인은 문종의 고명을 받은 대신이었다. 백번 양보해서 왕권강화를 위한 것이었다면 계유정난을 성공시킨 수양대군은 15살의 단종을 협박할 것이 아니라 정치적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 종친으로 물러났어야 하는 것이다.

국법을 어기며 즉위한 세조의 정치가 공포정치와 측근에 대한 전폭적인 권한 위임으로 이어진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세종과 문종 시절에 임금에게 충성하고 국가의 발전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던 조선의 엘리트 들은 ‘충신불사이군(忠臣不事二君)의 유교적 신념을 추종하는 이들과 권력의 단물을 찾아 이동하는 불나방 같은 부류로 나누어 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성리학적 이념과는 거리가 먼 자들이 공신세력으로 등장하면서 훈구파(勳舊派)라는 부패한 권력 집단이 형성된 것이다. 왕이 될 자격이 없었던 수양대군이 왕이 되기 위해 끌어 모은 자들이었다(과거의 단골 낙방자였던 한명회와 홍윤성 등). 정상적인 정치시스템의 사회에서는 공신이 필요 없다. 공신에게는 벼슬이 주어지며, 토지와 노비가 주어졌으며, 역모가 아니라면 어떤 잘못에도 처벌 받지 않는 특권이 주어졌다. 국법위에 군림하는 특권층이 형성되니 이들이 훈구파였다.

계유정난의 정난공신 43명, 단종을 쫓아내고 왕이 되는 1455년에 좌익공신 46명, 1567년 함경도에서 발생한 이시애의 난을 정벌하고 적개공신 45명이 임명되었다. 중학교 교과서에 등장한 ‘동북지방의 두 차례 반란을 진압했다’라는 표현은 이시애의 난과 이징옥의 난(본질상 단종 복위 사건과 관련 있음)을 말한다.

수양대군 제거가 명분이었던 반란을, 수양대군 즉 세조가 진압했는데 공신의 칭호를 줄 수밖에 없는 흔들리는 왕권과 강해진 공신집단이 무언의 압력으로 공신을 남발한 것은 아닐까. 정통성을 상실한 세조는 끝내 공신들을 버릴 수 없었던 것이고, 그 공신들이 결국은 세조의 아들을(예종은 즉위 1년 만에 의문의 죽음) 죽음으로 내 몰았다.

세조는 죽기 6개월 전인 재위 14년(1468년)에 “분경을 금한 것은 본시 어두운 밤에 애걸하는 자 때문에 설치한 것”이라며 분경을 허용한다. 사실상의 매관매직을 인정한 것이다.

세조 재위 고작 14년에 형성된 공신과 그 가족들인 특권층 1만명. 그들은 조선의 건국정신인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에 근거한 과전법의 정신을 훼손하고 전국에 대농장으로 소유하는 횡포를 시작한다.

공신을 우대하고 특권층을 옹호하는 세조가 왕권강화를 주장한다 한들, 국가통치의 근본으로 삼고자 경국대전 편찬을 시작했다고 한들, 백성을 위한 애민군주의 마음은 구중궁궐에서만 가능한 몽상이었으리라.

부정한 방법으로 권력을 쟁취한 조선 역사 최초의 성공한 계유정난이 만든 훈구파와 세조의 즉위에 대한 교과서의 주장은 바로잡을, 최소한 논쟁할 부분으로 기록해야 한다.

잃어버린 10년을 찾아 주겠다던 현 정권이 현재 우리에게 남겨 준 유산은 무엇인지 반문해 본다. 정권창출에 앞장선 공로자들에게 선물처럼 안겨준(?) 승리의 전리품목들이 15세기 조선의 훈구파들의 공신 책봉과 무엇이 다르리오.

일모도원(日暮途遠)의 2012년 대한민국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과거의 전철을 되풀이 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장 시작하라. 자기 주도적 역사 교육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