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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홍범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용인신문] ‘문화자유행동’ 최아무개 공동대표가 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이순신 장군 동상 이전을 주장하여 논란이 일고 있다. 그는 ‘광화문광장 세종·이순신에 문제의식 못 느끼면 우파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문화자유행동’은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여권 인사들과 대통령실 수석이 창립을 축하한 단체이다.

 

‘광화문광장에서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동상을 이전하는 것이 좋겠다’는 주장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걱정스러운 것은 ‘문제의식을 못느끼면 우파가 아니다‘는 발언이다. 이 발언을 일반적으로 해석하면 ‘광화문광장에 세종대왕·이순신 장군 동상을 그대로 두자’고 말하는 사람들은 ‘좌파로 분류된다’는 논리이다. 뉴라이트가 존재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인식의 차이가 큰지는 짐작하지 못했다. 최 대표의 논리는 간단하다. 왕조시대의 인물인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공화정인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대표 거리에 두면 민주공화정의 정통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해괴한 논리다.

 

돌이켜보면 육군사관학교에서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철거하기로 한 배경에도 이러한 논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일부 보수언론은 대전현충원 독립유공자 묘역에 안장된 홍범도 장군의 묘소가 ‘지나치게 화려하고 묘역도 8평이나 된다‘고 지나가는 투로 건드리고 넘어갔다. 홍범도 장군이 누구인가? 1895년 명성황후가 일제에 시해된 을미사변(乙未事變)이 일어나자 삼수·갑산에서 포수 의병대를 일으켜 일제와 싸운 의병장이다. 홍범도 장군은 독립운동사에 기록된 자료에 기초하면 일제와 싸워 60전 60승을 거둔 불패의 항일무장투쟁의 대명사였다.

 

동작동 국립현충원의 이승만 초대 대통령 묘역은 363㎡(약109평)이다.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묘역은 580㎡(약175평)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은 홍범도 장군의 13.6배,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은 21.8배나 된다. 국립현충원 장군 묘역은 동일하게 26.4㎡(약8평)이다. 독립운동의 공헌도로 따지면 홍범도 장군이 이승만 전 대통령보다 훨씬 크다고 생각하는 국민도 무척 많다. 대한민국은 우파가 단독으로 세운 나라가 아니다. 이른바 뉴라이트가 1948년 8월 15일 건국론을 주장하는 것이 일반화되면 1905년 을사늑약부터 1945년 8월 15일 해방까지의 역사를 제대로 기록할 수 없게 된다. 즉 1948년 8월 15일 건국론이 받아들여지면 일제강점기는 역사 교과서에 일본과 합병했던 시기로 기록될 수도 있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의 좌파든 우파든 독립운동의 대의명분은 조국의 광복이었다. 바로 일제에 강탈당한 국권을 회복하자는 것이었다. 일제강점기, 국권은 강탈당했어도 영토와 민족은 존속되었다.

 

홍범도 장군을 비판하려면 차라리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은 시대적 흐름과 동떨어진 것이었다’고 부정하라. 리영희 교수는 작고하기 전 한겨레 신문 칼럼에서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 갈파했다. 우파는 자신의 자의적인 신념이지 국가와 민족의 정체성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