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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이헌서재
돈이 없어서 꿈이 더 많은 사람 발자크의 소설

 

 

[용인신문] 이 책은 어느 환멸적인 인간의 이야기다. 발자크식으로 이야기하자면 비범하게 남의 돈으로 살았던 삼촌의 이야기다. 제목은 마치 빚에 허덕이는 사람을 위한 글처럼 보이지만 실용서가 아니라 발자크가 1827년에 쓴 소설이다. 보들레르는 이 작품에 대해 “빚 청구서”를 근사하게 썼다고 평했다. 역자는 글을 쓴 발자크가 “돈이 없어서 꿈이 더 많은 사람”이라 평하기도 했다.

 

필자는 서문에서 사회의 구조적 모순으로 인해 열심히 일하지만 빚이 늘어가는 사람들에게 비열했던 자신의 삼촌 앙페제를 배우라고 말한다. 앙페제는 사업에 필요한 돈은 내기를 해서 따거나 채무에 의존했으며 죽음을 맞이한 순간조차 갚을 생각이 없었다. 앙페제가 제시하는 삶의 원칙들은 어쩐지 쓴웃음이 나온다. 앙페제는 채무를 갚지 않을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교묘하게 법과 권력을 비웃는다. 법망은 교묘하게 선한 사람들이 채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락으로 가는 것을 방조하고 권력자들은 막대한 채무를 지면서도 호사를 누리며 당당하다. 삼촌은 채무자가 채권자보다 건강해야 하며 갖추어야 할 정신적 자질도 있다고 말한다. 채무자가 해야 할 일들이 나열될수록 사회를 비틀어 바라보는 필자를 발견하게 된다.

 

발자크는 1800년대를 살았던 사실주의 소설가이다. <고리오 영감>으로도 유명한데 많은 사람이 제목은 알지만, 그 핍진한 사실적 묘사로 인해 좀처럼 읽기 쉽지 않기로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다. 반면에 앙페제 삼촌의 이야기는 가볍게 발자크 특유의 입담을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200년 전 이야기가 지금의 현실과 다르지 않음을 발견하게 만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