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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이헌서재
오래전에 도착한 안부편지를 이제야 개봉하다

 

 

[용인신문]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 파독 간호사를 “1966년부터 1976년까지 실업문제 해소와 외화획득을 위한 해외인력 수출의 일환으로 한국 정부에서 파견한 1만여 명의 간호사”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 짧은 해설 속에 간호사들이 경험했을 외로움과 슬픔, 고립감,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겪어야 했던 모멸감 같은 것들은 누락되어 있다. 백수린의 『눈부신 안부』는 그런 감정들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몇 가지 사건들이 얽힌다. 부천에서 어떤 사건으로 가족을 잃은 가족이 그 슬픔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독일에 가고 그곳에서 파독 간호사들과 만난다. 그들은 만나고, 웃고, 울고, 누군가를 위해 서명에 동참한다. 소설이 펼쳐 보이고자 한 것은 어떤 이유로든 안녕하지 못한 채 안타까운 사연을 품고 겨우겨우 현실을 견디는 사람들이다. 사건으로부터 시공간으로부터 사람으로부터 도망치지만 소용없다. 하지만 작품은 문제에 집착하기보다 이들이 어떻게 불행들을 견디고 헤쳐나가고 직면하는지를 독자에게 더 많이 보여주려 한다. 슬픔 때문에 잃어버렸던 꿈을 찾아가고야 만다. 꿈의 방향은 정해지지 않아서 그것이 어린아이들에게서 발견되는 인간애가 되기도 하고, 독일에서 담그는 김장의 맛이 되기도, 오래전 관습에 얽매여 포기했던 사랑이기도 하다. 어느 방향이든 그 길은 따뜻한 기운으로 눈이 부시다.

 

독일과 한국을,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독자의 시선을 안내하는 것은 해미이다. 해미는 오래 전 파독 광부였던 선자의 편지를 펼쳐보기까지 오랜 시간 먼 여행을 했다. 해미가 내린 결론보다 그의 여정이 더 의미있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