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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용인의 일그러진 영웅들

이문열의 베스트셀러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보면 시골 초등학교의 한 학급에서 절대 권력자로 군림하는 ‘엄석대’의 일거수일투족이 혀를 찰 정도로 서늘하게 다가온다. 책을 읽로 난 뒤 여러 모로 현실과 맞닿는 부분을 생각할 땐 ‘갑갑한 후유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용인참여자치시민모임(회장 한홍기)이 주관한 워크숍에서 강사로 나선 주경희 시의원의 얘기를 듣고 있노라니, 자꾸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떠올랐다.

‘용인시에 대하여’란 주제로 강의를 시작한 주의원은 “용인시의 의원, 공무원, 단체장, 기관장 등의 특징은 끈끈한 혈연, 지연, 학연으로 묶인 관계로 인사이동이나 행정처리 모든 활동이 사적인 인맥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주의원에 따르자면 인사문제는 물론이고 사업관계, 공적업무중의 호칭, 인간관계 등은 지극히 사적이고, 이로인해 지방의원을 비롯 담당공무원 등이 전문성과 거리가 먼 일을 담당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덧붙이면 용인시는 ‘토착민’ 중심으로 굴러간다는 것이다. 힘있는 조직과 기관장이 모두 용인사람이고, 이들은 모두 형, 동생지간이다. 대대적인 개발사업으로 유입된 ‘외부인(주의원 표현)’들은 난공불락의 요새 귀퉁이에 살고 있는 형국이란 말이 된다.

이날 워크숍에 참석했던 시민들은 하나같이 울그락불그락 한 표정으로 강의실을 나섰다. 물론 이같은 내용을 역설한 주의원도 문제개선을 위한 긍정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자리에 임했을 것이다. 그러나 있어서는 안될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그들만의 기성사회가 존재할 것이란 생각을 지우기는 어렵게 만들었다.

과연 용인시에서 ‘엄석대’는 누구인지 모르겠다. 형언할 수 없는 ‘철옹벽’의 그림자가 시야에 들어오는 느낌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절대권력, 아니 기득층 앞에 한없이 작아지면서 눈치보다 복종해야 편해지는 게 시민이란 소리인가. 과거 봉건주의처럼 힘으로 굴복시키고 때에 따라 ‘당근’으로 꼬리치게 만드는 작태를 건립하자는 얘기인가.

정당이나 개인의 이익만을 좇은 정치인과 여기에 융화돼 잘살아가는 공무원, 이런 것들을 무관심으로 돌리고 ‘내 것’만 소리지르며 챙기는 시민 등은 배역을 제대로 배정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재판(再版)이 아니고 무엇인가. 똑바른 시각을 가진 시민단체들이 자리털고 일어설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