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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

일회용 포장지 퇴출 ‘제로웨이스트샵’ 등장

동천동 에코 & 양생 실험실 ‘파지사유’
용인지역 첫 ‘용기내 가게’ 27일 개소식

 

 

 

[용인신문] 용인지역 최초로 일회용 포장지를 쓰지 않는 제로웨이스트샵이 동천동에 문을 열었다.

 

용인 1호점 ‘용기내 가게’.

 

일회용 포장지를 대신해서 각자 담아갈 용기를 가져와서 물건을 사가는 이곳 용기내 가게는 동천동 에코 & 양생 실험실 ‘파지사유’에 샵인샵 형태로 문을 열었다. 파지사유는 874-6번지의 음차이며 한자어로는 사적인 소유를 깨뜨린다, 사사로운 생각을 깨뜨린다는 중의적 의미가 담겨있다.

 

용기내 가게에서는 곡류, 허브류, 세제류, 기타 생활용품 등을 취급하며 포장을 전혀 쓰지 않기 때문에 포장으로 인한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는다.

 

정식 오픈은 개소식이 있는 27일로 잡았지만 이미 지난 15일부터 물건 판매에 들어갔다.

 

가게가 생겼다는 소식이 들리자 평소에 이런 가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일부러 물건을 사러 한걸음에 달려왔다.

 

용기내 가게는 저울에 그램(g) 단위로 달아 소분해서 판매하기 때문에 딱 필요한 만큼만 사갈 수 있다. 1인 가구 등 한꺼번에 많은 재료를 구입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판매 형태다.

 

“평소 많이 사는 사람은 오히려 포장 쓰레기 발생량이 적지만, 조금씩 쓰는 사람들은 적게 사더라도 하나하나 물건 포장이 다 돼 있기 때문에 포장이 수북한 게 현실이거든요.”

 

용기내 가게 활동가인 권성희씨는 “용기내 가게 주 목적이 포장을 없애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용기내 가게는 현재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하고 있지만 직장인이나 멀리서 찾아오는 고객을 위해 토요일에도 문을 열까 고민 중에 있다.

 

취급 품목 중 그램 단위 판매 상품은 자누리 세탁세제와 EM샴푸, 각종 곡류(적두, 서리태, 백태, 깐녹두, 율무), 허브류(로즈마리홀, 바질홀, 파슬리, 흑후추홀, 월계수잎) 등이다.

 

또 용기내 가게서는 월든에서 제작한 손행주(3겹, 12겹), 천주머니, 자누리 주방비누, 가루치약, 대나무 칫솔, 국산 천연 수세미도 판매한다.

 

앞으로 푸성귀가 자라나는 철에는 신선한 꾸러미 채소를 판매할 예정이며 삼베로 만든 때밀이 수건도 제작해 선보이는 등 취급 품목은 시기별로 바뀌거나 늘어날 전망이다.

 

파지사유 내에는 생태공방이 두개 있다. 이엠 비누와 샴푸 등 세제 등을 만드는 자누리 공방과 가죽과 천 제품을 만드는 월든이 있다. 앞으로 이곳 생태 공방에서 직접 만들 수 있는 것은 만들어서 판매 할 계획이다. 생태공방은 재료 자체를 자연에서 구하고 자연에 피해를 주지 않는 제품을 만들어서 판매 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용기내 가게는 지난해 기후위기 공부를 계기로 탄생했다.

 

“기후 위기에 대해 공부하다가 쓰레기 문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죠. 물론 그전에도 고민이 많았지만 가게를 열게 된 것은 지난해의 공부가 계기가 됐습니다. 나,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는 방식의 하나가 되겠구나 싶었죠. 주변에 포장안하고 살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에 할 수가 없었잖아요. 그런 방식을 만들어보자는 거였죠.”

 

권성희씨는 “가게 자체로도 많이 이용해주면 좋겠지만 이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만드는가를 다시 한번 생각한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쩌면 이곳에 와서 물건을 꼭 산다기 보다는 포장지 없이도 물건을 살 수 있구나를 알게 되는 것, 나는 어떻게 살고 있나 삶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 얼마나 지구에 많은 부담을 주고 살고 있구나를 깨닫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게 이들의 바람이다.

 

권성희씨는 “이런 가게가 주변에 더 많이 생기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유럽처럼 과일도 포장 없이 파는 형태가 일반화 됐으면 해요. 재료를 망치지 않기 위해 포장을 하지만 망가져도 사는 게 일반화 되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한편 용기내 가게에는 자원순환정거장도 마련돼 있다. 잘 순환하면 좋은 자원이 될 수 있는데 버려지는 것들을 모으는 곳이다. 잘 씻어 건조한 종이팩을 비롯해 플라스틱 두부팩이나 플라스틱 뚜껑, 오염 방지를 위한 폐건전지도 수집하고 있다. 앞으로 점점 확대할 계획이다.

 

명목상의 분리 수거가 아니라 실제로 자원이 순환되게 하는 방식으로 용인시에서 정책적으로 시행되기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