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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폭풍우

                          김지녀

 

혀의 근육처럼 구물거리면서 솟구쳐 올라

집어삼킬 듯 쫓아왔다

 

배와 배가 뒤엉키고

혀와 혀가 뒤엉키고

 

새와 고양이 울음이 들리지 않았다

벚나무 가지가 찢어졌다

 

혀의 돌기가 곤두선 날이었지만

아무 맛도 느끼지 못한 식탁이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떠난 자리는

 

배 위에서 흔들리는 기분

 

어느 배가 가라앉는 건지 모르겠다

어느 혀가 나의 것인지

 

물밑의 눈알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갸웃했다

 

김지녀는 1978년 생이다. 2007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문단에 나왔다. 이번 시집에 앞서 『시소의 감정』과 『양들의 사회학』이라는 두 권의 시집이 있고 『방금 기이한 새소리를 들었다』는 그녀의 세 번째 시집이다. 이 시집에서는 현실에 사려 깊은 눈길을 주면서, 현실의 이면을 섬세하고 예리하게 파헤쳐 형상화 하고 있다.

「폭풍우」는 운우지정을 폭풍우에 비견해서 노래한 시로 읽힌다. 그녀가 살고 있는 곳이 부산이어서 실제로 폭풍우 속에서 배와 배가 뒤엉키는 모습을 보았을 수도 있기는 하다. 그러니까 폭풍우와 운우지정이 서로의 은유로 작동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도 하고 폭풍우와 운우지정이라는 두 원관념을 병치시킨 구조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랑의 격렬한 행위로 읽는 것이 더 매력 있다. 애로티시즘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비의가 있다면 ‘물밑의 눈알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갸웃했다’는 문장이다. 이는 감정의 문장이 아니라 이성의 문장이다. 뜨거운 행위 중에는 작동하지 않던 이성이 행위 후에 작동하는 것이 이성이다. ‘민음사’간 『방금 기이한 새소리를 들었다』 중에서. 김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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