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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초호화판 장외집회

   
 
지난 22일 공무원아파트가 들어서게 되면 조망권과 교통량 증가, 사생활 피해 등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구성의 한 아파트 주민 400여명이 시청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의 집회, 시위는 종전에 봐왔던 시위와는 달리 이벤트 업체가 주민들의 용역을 받고 그 시위를 주도했으며 이동화장실 3칸도 직접 가지고 왔다. 또 땅바닥에 그냥 앉지 않도록 돗자리도 단체주문했으며 생수를 실은 차가 집회현장의 주민들에게 배달됐다. ‘호화판 집회’다.

집회에 참가한 대학생 쯤 돼 보이는 젊은이는 집회의 구호제창에 아랑곳 하지 않고 책을 읽고 있었고, 몇몇 주민들은 그늘을 찾느라 바쁜 풍경이 목격됐다. 게다가 이벤트 업체의 화려하고 웅장한 사운드시설에 최신 가요가 흘렀으며 시위를 주도한 레크레이션 지도자는 “이곳의 사람들은 모두 잘살고 모두 서울대 나왔죠?”라면서 참가 주민들의 흥을 돋구기도 하고 연신 피켓을 맞춰 들지 않는다고 질타하기 바빴다.

“공무원 임대아파트 건축허가를 취소해달라, 재산세 감면해 달라”고 외치는 그들의 주장은 왠지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고 오히려 보는 이로 하여금 씁쓸한 마음을 갖게 했다.

주위를 지나는 시민들은 박수 대신 “재산세 많이 내도 좋으니 그 넓은 평형대에서 한번 살아봤으면 좋겠다”, “공무원은 임대아파트 살기도 힘들군…”등의 푸념섞인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이 아파트 주민들끼리는 “작은 공무원 임대아파트 단지는 입주민들과 문화적 충돌이 있어 안된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있었다.

집회현장에서 이벤트 업체의 웅장한 사운드를 자랑하러 온 것을 들어줄 만큼 시민들은 여유롭지 않다. 더욱이 어렵고 약한 자들의 ‘신성한’ 집회 문화를, 생존권을 부르짖는 애절함을 일시에 변질시키는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시위를 지켜 본 외지인이나 공무원들에게는 앞으로 일어날 민생들의 외침을 ‘지역이기주의’라고 비아냥거릴 수도 있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