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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폭풍우 치는 밤에ㅣ안희연

[용인신문] 폭풍우 치는 밤에

                                             안희연

 

나무가 부러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수호신처럼 마을 입구를 지키던 나무였다

 

사람들은 부러진 나무를 빙 둘러싸고 서서

각자의 시간을 떠올린다

소망과 악담, 비밀을 한데 모으면 한 그루의 나무가 되었다

 

무엇이 나무를 부러뜨린 거지?

기껏해야 밤이었는데

우리가 미래나 보루 같은 말들을 믿지 않았던 게 아닌데

 

슬픔의 입장에서 보면 나무는 묶인 발이다

그제야 주먹을 꽉 쥐고 있던 나무가 보였다

 

바람이 나무를 흔들었다고 생각해?

나무는 매일같이 바람을 불러 자신을 지우고 있었어

발이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은 마음이 매달려 있어서

 

기억의 입장에서 보면 나무는 잠기거나 잘린 얼굴이다

간절히 씻고 싶었을 얼굴을 생각한다

 

안희연은 1992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2012년 《창비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그녀는 이번 시집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에서 시적 사유과 섬세한 언어감각이 돋보이는 서정적인 시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폭풍우 치는 밤에」역시 그녀의 시적 사유과 섬세한 언어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서사가 있는 시지만 상상력이 돋보인다. 폭풍우 치는 밤에 마을 수호신으로 알려졌던 나무가 부러졌다. 나무가 부러지고 나서야 나무가 보이기 시작한다. 나무는 마을의 소망과 악담을 다 듣고 있었고, 나무는 슬픔의 입장에서 보면 묶인 발이어서 두 주먹을 꽉 쥐고 있었고, 나무는 너무 많은 마음이 매달려 있어서 매일 바람을 불러 자신을 지우고 있었고, 나무는 기억의 입장에서 보면 잠기거나 잘린 얼굴이었던 것이다.《창비》간『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중에서. 김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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