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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같은 떡의 세계로 초대… 그래 이 맛이다!

용인의 문화예술인 16. 이규봉 웬떡 대표

 

 

 

 

대학서 18년간 한식·떡 강의… 탄탄한 내공
2008년부터 10여년간 원삼면서 ‘웬떡’ 운영
떡과 함께 외길 인생… 몇 천번 실험 레시피
서울 예술의전당 입점… 우아한 떡맛 대중화

 

[용인신문] 

“대한민국 1등 떡을 맛보셨나요.”

우리나라 최고의 떡쟁이 이규봉(65) 웬떡 대표.

미쳤다, 무식하다는 말이 좋은 의미일 때는 최고라는 의미로 쓰인다.

 

떡에 미친 그녀는 무식할 정도로 앞뒤 안 가리고 오로지 떡만을 위해 전투적인 인생을 살고 있다. 한입 베어 무는 순간 건강하고 품위 있다는 것을 세포들이 저절로 알아차리는 떡. 혀끝의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어린애들조차도 은은함에 푹 빠져버리게 만든 떡.

 

대학에서 한식과 떡 강의 한 것만 해도 18년에, 2008년부터 원삼면에서 웬떡을 운영한 것 만해도 10여년 세월. 40여년 떡 인생을 살면서 최소 몇 천 번의 실험을 통해 태어난 떡이니 당연하다.

 

“나의 온 심혈을 기울이는 거에요. 하루 한번 해야 1년 365번이고, 10년 해야 3650번 아니에요. 두텁설기만 해도 10억 정도 들여서 나온 떡이에요. 그러나 완전하다고 생각하는 떡은 몇 개 안돼요. 아직도 끊임없이 연구 개발 중이에요.”

 

고 조리서에 나오는 떡은 거의 재현을 했고, 그 중에서 가장 우수하다 싶은 떡을 지역별 시절별로 집중 연구 개발해서 시중에 선보이고 있다. 그녀가 고 조리서의 레시피를 만드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것은 사라져가는 떡 문화를 살리려는 집념 때문이다.

 

“없어진 게 너무 많아요. 그걸 살리려는 거에요. 떡쟁이로서 떡 역사를 모르고 하면 안돼요. 그리고 존속 시켜야 하는 사명감이 있는 거에요. 미래 세대로 연결시켜줘야 한다는 사명감이죠. 오늘의 떡이 내일의 전통이 되는 거에요.”

 

오묘한 식자재의 작용과 입맛의 변화를 잡는다는 것은 실로 예술이고 마술이다. 재료 하나하나 선정부터 조리 과정과 보관까지 작용 반작용을 고려하다보면 과학 아닌 것이 없다. 조상들의 지혜에도 놀라지 않을 수 없고, 실로 최첨단 과학의 집합체다.

 

신흥대학교 재직시절 동료 교수가 이규봉 교수한테 떡을 집중적으로 해볼 것을 권유했다. 도무지 몸을 안 사리고 일을 하는데다, 돈에 연연해 하지 않을만큼 재력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특히 돈의 경우는 이익과 재료비에 연연하게 되면 최고의 재료를 아낌없이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돈을 아쉬워하지 않던 그녀조차도 떡에 모든 재산을 쏟아 붓자 주변에서는 알거지가 돼 자살할까 두렵다고 할 정도였다.

 

“가지고 있던 재산, 패물까지 몽땅 다 쏟아 부어서 떡 재료 사고 연구하는 데 썼지. 전국의 온 구석구석 안 뒤진 데가 없어. 이 잡듯 뒤졌어. 농민들하고 직접 상대해서 써보고 제 맛이 날 때야만 그 사람하고 계약을 했어. 비용과 시간을 따져봐. 어마무시 한 거지. 2016년부터는 한살림을 만나 그때부터 모든 재료를 한 살림 유기농 재료만을 쓰고 있어. 일일이 전국을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고, 전적으로 믿을 수 있으니까 비싸도 쓰는 거야. 유기농 밤 같은 경우는 밤 값이 금값이야. 더구나 요새 열배씩 폭등했어. 그래도 올 가을에 10톤을 계약하기로 했어. 아무도 안 쓰는데 나는 아낌없이 넣는 거야. 거피팥도 다 계약재배를 해서 쓰고 있어.”

 

한 가지 재료정도는 수입재료를 써도 될 법 하지만 그녀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 최고의 우리 농산물만을 고집하는 이유는 오로지 떡 맛 때문이다.

 

“한 가지 재료만 수입 농산물로 바꿔도 완전히 맛이 달라.”

 

2008년 5월, 낯선 시골 땅 원삼면에서 웬떡을 시작한 후 10년 넘는 세월을 오로지 1등 떡만을 목표로 외로움과 싸우며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당시 웬떡 맛을 보고는 메이저급 대기업이며 골프장이며 앞다퉈 납품 계약을 원했지만 단가 가 맞지 않았다. 그러나 입소문 팬덤 마케팅으로 골수 고객들이 생겨났다. 단가가 비싸기 때문에 떡 값이 비싸지만 최고의 건강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골수 고객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요새는 간편식 연잎밥 인기가 하늘 높다. 30개 대기업에서 납품 계약을 맺고 싶어 하지만 이 또한 단가 때문에 거절했다. 지금은 한 살림 전국 200개 매장과 마켓컬리, 죽전푸드마켓, 서울시 상생상회에만 들어간다.

 

지난 19일 웬떡 서울 예술의전당 입점 오픈식장에 참석한 유인택 예술의전당 이사장을 비롯해 선재스님, 이병성 전 용인상공회의소 회장,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이병호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김홍신 작가, 정호승 시인 등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우아한 떡맛에 감탄하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규봉 대표는 조금 더 떡을 일찍 시작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웬떡을 하면서 교수도 내놓고 오로지 떡에만 올인했어요. 고문헌에 나오는 떡 전수 조사를 비롯해 문헌대로 떡을 일일이 다 재현했어요. 옛 조상들은 재료 상황이 요즘처럼 여유롭지 못하고 계절적 한계상황에서 떡을 만들었기 때문에 부족한 점이나 혹 상충하는 재료가 있다면 한의학자에게 자문을 구해 재료를 조절했어요. 연구를 통해 재료를 첨부하거나 빼는 등 약식동원을 고려해 전통떡을 계승하고 있어요.”

 

후손에게 계승시킬 완벽한 데이터를 만들기 위해 떡 하나를 만들어도 수 천 번씩 실험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더 이상 수정이 필요 없는 완벽한 데이터일테지만 그녀는 여전히 실험과 연구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쑥구리단자는 예로부터 용인에 전해오는 떡이다. 문헌을 통해 쑥구리단자의 존재를 파악하고는 보다 업그레이드 된 떡을 완성했다.

 

요새 웬떡을 용인시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해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떡을 개발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면, 이제부터는 널리 알리고 계승하는 일에 올인하겠다는 각오다.

 

“체인점 문의가 많아 고민 중이에요. 나는 청년들이 한 가지 종류의 떡만을 특화하는 체인점을 구상하고 있어요. 나머지 떡은 본부에서 제공하는 거에요.”그녀는 밤새우며 하는 떡 연구 개발이 얼마나 어려운 지 경험해봤기 때문에 청년들이 떡 산업에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부담을 덜어주자는 계획이다. 그래야 우리 떡이 젊어지고 후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또 한 가지, 쌀만 아니라 모든 농산물을 공익형 직불제 할 때 떡 산업도 살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욕에서도 웬떡하고 싶다는 사람이 있고, 이태리나 영국 식품박람회에 가면 수입하자고 난리지만 준비를 갖춰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뿐이다. 세계 78억 인구의 입맛을 사로잡고도 남을 천년떡집 웬떡의 명품 떡쟁이 이규봉의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