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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용인신문] 가운

              문정영

 

나를 입은 그가 서 있다

 

낭하는 위험을 느끼는 정신이 가지는 골목, 나는 소리를 듣지 못하고 그는 입가의 상처를 껴안고 산다

 

그의 몸을 안을 때 나는 전부를 풀어놓는다

가냘프다고 말하는 것은 골목에 대한 실례,

그의 몸피가 줄어들면 나는 스스로 펄럭이는 깃발

 

하루는 깊고 깊은 잠을 입어야 사라지고, 그가 나를 벗은 후에 하루는 차곡차곡 접힌다

 

그의 꽃이 지는 것을 본적 있다

중심이 세워졌다가 사라져가는 것을 모르는 척했다

 

바람과 햇빛을 입지 않은 山처럼 내 안에서 뻗어나가는 것이 어찌 슬픔뿐이랴

 

나를 입은 그가 가벼워진 神話처럼 납작하게 누워 있다

 

문정영은 1997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했다. 이듬해 첫시집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를 상재한 후 여러 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이번 시집 『꽃들의 이별법』은 대상과 자아의 동화와 투사를 통해서 시가 빚어지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가운」은 이와 같은 동화와 투사가 드러난 작품이다. ‘나를 입은 그가 서 있다’는 전형적인 동화의 현상이다. 그리고 ‘그의 몸을 안을 때 나는 전부를 풀어놓는다’는 투사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시의 공간은 병원이다. 그러므로 그가 입고 있는 가운은 환자용 가운일 것이다. 그가 가운을 입은 채 병원의 복도에 서 있는 것이다. 그는 아버지 일수도 있다. 아니면 어머니 일지도 모른다. 분명하게 드러난 문장이 없어 추측할 뿐이다. ‘그의 꽃이 지는 것을 본적 있다’는 표현으로 보면 어머니일 가능성이 더 높다.

늙고 병들어 야위어가는 부모를 본다는 것은 자식들에게는 슬픈 일이다. ‘나를 입은 그가 가벼워진 神話처럼 납작하게 누워 있’는 모습은 얼마나 가슴 미어지는 일인가. <시맥>간 『꽃들의 이별법』 중에서. 김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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