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우농(愚農)의 세설(細說)

사리에 어긋나는 지도자는 벌을 줘야한다.

 

[용인신문] 군주의 나라에서는 백성이 가난하거나 생활이 궁핍하거나 굶주리면 오롯이 군주의 책임이다. 군주가 무능하여 생긴 일이기 때문에 어떤 이유에서건 군주는 백성을 잘살게 해줘야 할 의무와 권리가 있는 것이다. 기원전 209년 쯤 머슴을 살던 어떤 사내가 느닷없이 서너 개월 동안 왕 노릇 하다가 목이 잘려 죽어나간 일이 있었다. 세상 사람들은 그가 왕이 됐는지 뭘했는지 까지는 알지는 못해도 그가 했다는 말 쯤은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사즉거대명이死卽擧大名耳’가 그것이다. 풀어보면 죽을 때 죽을 망정 이름 정도는 크게 떨쳐야 되지 않으랴. 그러면서 천고의 경책을 남겼는데 왕후장상영유종호王侯將相寧有種乎가 그것이다. 말인즉 “왕후장상의 씨가 어찌 따로 있으랴.”라며 목에 핏대를 세우고 눈알을 부라리며 외치는 중국 최초의 농민반란군 진승陳勝의 절규에 900여 명의 오합지졸 무지렁이 농민 반란군들은 분기탱천하여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다<사기 진섭세가>. 옛날이나 지금이나 처자식이 굶어 죽어 나가는데 눈알이 뒤집히지 않을 아비가 어디 있겠는가. 군주의 나라에서도 백성의 가난에 대해서 만큼은 이렇게 책임을 지거늘 천지개명한 이 시대에 국민이 선출한 민선투표의 나라에서 선출된 국민의 책임자들이 국민을 제대로 먹여 살리지 못한다면 그 책임은 어디서 누구에게 묻고 따져야 하나.

 

국회의원선거를 일러 국민을 위해 헌신 봉사할 일꾼을 뽑는다지만 그건 그들의 나라 사람들에게나 있을 법한 소리이고 우리나라 국민의 입장에서는 4년 동안 큰 돈 들여가면서 모셔야 할 상전을 뽑는 피눈물 나는 이벤트일 뿐이다. 과연 대한민국 땅에 국민을 위해 일한 국회의원이 몇이나 되랴.

 

동춘당 송준길은 11촌 숙질 관계에 있던 우암 송시열이 청淸나라를 공격하자는 이른바 북벌北伐을 너무 세차게 밀어붙이니까 앞을 막아서면서 했다는 말이 선양민후양병론先養民後養兵論이다. 삼배구고두三拜九叩頭의 치욕 설분이 우선이지만 그럼에도 백성의 삶을 안정되게 한 후에 병력을 길러야 한다는 말이다. 요즘말로 하면 민생 경제를 먼저 챙기라는 말이다. 백번 들어도 옳은 말이다. “지도자가 명분에 합당하고 평소에 말한 바가 일치하면 백성은 그 사람을 선택하지만 지도자가 사리에 어긋나고 말한 것을 지키지 않으면 백성은 그런 지도자에게 벌을 내려야 한다<當名合實惠慈恩 逆事違言該命卒>”한비자 비지<본인만 읽는 사적인 주석서>본에 나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