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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용인신문] 불미

            윤의섭

 

병실 창문에 비친 목련은 아름다웠으나

 

아름답지 않았다

 

눈을 떠 보니 옆 병상은 홀연 비어 있었고

며칠 뒤 때늦은 목련 한 송이가 수줍게 피어났다

 

머리맡에 놓인 묵주에서 그럴 리 없는 생향이 흘러나오고

멀리 언덕 오르는 노인의 엷은 숨소리까지 들리는 듯

 

나는 지극해진 것이다

 

벤치에 앉아 병동을 그리는 소녀의 풍경화에는

꽃 없는 꽃줄기가 창문에 머리를 대고 서 있다

 

전위의 날들이 이어졌다

 

윤의섭은 1994년,『문학과 사회』로 등단했다. 그는 등단 이후 계속해서 죽음의 문제를 천착해왔다. 마치 바로크문학의 전위를 보는 듯 했다. 시인에게 전위라는 말은 축복의 언어다. 전위라는 말 속에는 기존의 미학적 질서를 파괴한다는 의미가 내포되기 때문이다.

오늘 읽는 윤의섭의 시 「불미」또한 그의 시적 지향을 엿보게 하는 제목이다. 불미는 우선 몇 가지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아름답지 않다’는 의미와‘불전에 올리는 쌀’이라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윤의섭의 불미는 이러한 사전적인 의미를 뛰어 넘는 곳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끝이 아니다’라는 의미를 말하는 것은 아닐까?

이 시는 죽음을 노래한 시가 분명하지만 죽음이 단순한 생명의 소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면 죽음은 끝이 아니다. 불교적 순환론이 아니라도 죽음이 단순한 생명의 종말이라고 보지 않는 철학자나 과학자나 예술가들이 의외로 많다. 내세를 믿는다면 분명 죽음은 끝이 아니다.

아름다운 목련이 아름답지 않게 보이는 것은 심리적인 영향이다. 아름답다와 추하다의 기준이 개인의 심리적인 잣대이기 때문이다. 옆 병상이 홀연 비어 있는 것을 알게 된 시적화자는 죽음을 깨닫게 된 후 묵주에서 흘러나오는 생향을 느낀다. 생명의 순환이다. 언덕을 오르는 노인은 아마도 옆 병상의 노인인지도 모른다. 그 노인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 하면서 화자는 돌연 살아 있음에 지극해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작품은 병상일지다. 소녀의 풍경화에 꽃 없는 꽃줄기는 예비된 죽음의 상징으로 읽힌다. 병상일지는 하루하루의 생을 갈아엎는 전위의 날들이다. <민음사>간 『어디서부터 오는 비인가』중에서. 김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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