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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

용인시구봉족보자료관 ‘현판식’

원삼 구봉산 자락 출생 구봉 이석호 박사
오랫동안 꿈꿔왔던 일생의 소망을 실현
면 단위 족보 자료관 설치는 전국서 최초

                 

 

[용인신문] 처인구 원삼면사무소에서 27일 오후2시 뜻 깊은 현판식이 열렸다.

 

용인시구봉족보자료관 현판식이 그것.

 

용인시 원삼면 구봉산 자락에서 태어난 구봉 이석호 박사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족보자료관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면 단위 족보자료관으로는 전국에서 원삼면이 최초다.

 

이곳 자료관에 비치돼 있는 족보는 구봉 이석호 박사(88‧연세대명예교수)가 평생을 수집해온 것으로 2017년 용인시에 기증됐다. 원삼면주민센터에 서고가 마련된 후 그곳에 옮겨 비치해오다가 이날 현판식을 가졌다.

 

이석호 박사는 인사말을 통해 “여러 대학에서 소장 유물과 자료를 기증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으나 고향에 대한 사랑으로 원삼면에 족보를 기증했다”며 “면장님과 지역 주민, 시민 등이 합심해서 족보 자료관을 잘 운영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자료관을 활용해 제대로 된 역사에 눈을 뜨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족보는 최근 수집하는 사람이 드물어 귀중한 학술 자료가 되고 있다.

 

이석호 박사가 족보를 수집한 지는 꽤 오래됐다.

 

중국문학 전공자였던 이 박사가 중국문학 보다 오히려 한문학에 심취하게 되면서 족보까지 관심을 갖게 됐다.

 

“족보가 왜 중요하냐하면 역사의 기초가 족보이기 때문이에요. 생선의 뼈가 역사라치면 여기에 힘줄과 살이 붙어야 온전한 생선이고 역사가 되는 거에요. 뼈가 있으면 일단 겉보기에 멀쩡해 보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안되요. 역사를 온전히 살리는 게 바로 족보에요.”

 

이 박사는 족보의 중요성을 생선에 비유하면서 족보는 기초적인 역사서로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족보는 오래전부터 사서 모으다가 지난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모으기 시작했다. 수백그람씩 하는 묵직한 족보를 일주일에 서너 차례, 한 달이면 십여 차례씩 사서 모았다. 서울에 있는 고서점이나 헌책방 같은데서 새로운 족보가 입수되면 어김없이 이 박사에게 급전을 쳤다.

 

“한국 족보사 내지 족보학을 저술 하려고 맘 먹은 때가 있었지. 벌써 20년이 넘었는데 아직 못했어.”

 

용인 구봉산 아래서 태어나 호를 구봉으로 한 이석호 박사는 용인에서는 태성중학교까지 마쳤다. 당시 태성고등학교가 세워지기 전이어서 수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에 입학해 박사과정까지 마친 그는 연세대학교 등에서 강사를 하다가 지난 1974년에 연세대에 중국문학과를 처음 만들고 그곳에서 평생 교수로 후학을 가르쳤다.

 

한 때 KBS, MBC 라디오 등에서 명심보감 등을 2년여씩이나 강의하면서 유명세도 꽤 탔다.

 

이 박사는 2017년에 족보 2000여점 외에도 석봉 한호, 명재 윤증 등의 고문서 200여점을 포함해 총 5000여 점의 소장유물과 자료를 용인시에 기증했다.

 

이는 금전적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의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것들이다.

 

그밖에도 지난 2009년 평생 수집한 중국문학 관련 자료 1만여 권을 연세대학교에 기증해 이석호 기증관이 있다. 조선일보 주필이었던 이규태씨가 9000권 기증해서 나란히 연세대 도서관에 책이 꽂혀있다.

 

한학자이자 보학의 대가로 족보박사라고도 불리는 이 박사는 퇴임 후 낙향해서 글방을 열어 무료로 고전 등을 강의하고 있다.

 

한편, 이날 현판식 후 참석자들은 앞으로 족보자료관 이용의 활성화를 위해 연구 등을 위한 공간마련 등 조례 작업을 해나가기로 뜻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