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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트럼프한테 혼나지 않았다고 기뻐하는 꼴이라니

 

트럼프한테 혼나지 않았다고 기뻐하는 꼴이라니.

 

이를 거머쥔자 천하의 패자가 되리라는 전설을 가진 벽이 하나 있는데 화씨의벽(和氏之璧)이다. 이쯤 되니 제웅들은 드러내놓고는 못하지만 내심 화씨벽을 탐할 수밖에.

 

어느 날 조()나라 혜문왕(惠文王)이 화씨벽을 갖고 있다는 소문이 강호에 떴다. 진시 황제의 증조부이신 진()나라 소양왕(昭襄王)은 막강한 군사력을 믿고 화씨벽을 빼앗아오기로 맘먹는다. 전날에 빼앗아간 조나라 성읍 15개와 화씨벽을 바꾸자고 통보해오니 약소국가인 조나라 조정은 발칵 뒤집혔다. 거절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진나라에서 전에 빼앗아간 15개 성읍을 되돌려 줄 리도 만무하지만 화씨벽을 안주면 전쟁하겠다는 협박인게 분명했다.

 

당시 진나라는 상앙의 변법과 법치를 내세워 천하제일강국으로 동쪽의 여섯 개 나라가 조공을 바치는 지경에 이를 만큼 그야말로 오만방자함이 하늘을 찔렀다. 이때 이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인물이 인상여(藺相如). 인상여는 세치의 혀로 진나라 소양왕을 옴짝달싹도 못하게 만들었으며 15개 성읍도 화씨의 벽도 아무 흠 없이 가져왔다. 여기서 완벽(完璧)이라는 말이 생겼다. 화씨의 벽을 완벽하게 가져왔다는 말이다. 이공로로 인상여는 재상이 됐는데 조나라 환관 우두머리 무현(繆賢)의 종<舍人>따위가 재상이 되었다며 들고 일어난 이가 대장군 염파(廉頗). 이를 모르지 않는 인상여는 의도적으로 염파장군을 피해 다녀야만 했다. 그러자 주의 사람들이 인상여가 못난 놈 이라고 말한다. 듣다 못한 인상여는 말한다. 염파 장군이 천하 맹장인건 사실이지만 진나라만 하랴. 진나라가 조나라를 침공하지 못함은 염파 장군과 나 인상여가 있기 때문일세. 그런데 두 마리 호랑이가 서로 싸워 상처를 입는다면 어찌 되겠는가. 우리 조나라는 망하는 걸세. 그래서 피하는 거라네. 이 말을 전해들은 염파는 육탄부형(肉彈負荊)<어깨를 드러내고 가시나무 채찍을 등에 지고>으로 인상여를 찾아가 용서를 빈다. 인상여는 남을 포용할 만한 도량이라는 금도(襟度)란 말로써 용서 한다. 여기서 문경지교(刎頸之交)고사가 나왔다.

 

훗날 한()나라 문장 사마상여의 이름이 인상여에서 비롯됨은 익히 알려진 사실. 우리는 왜 인상여 같은 인물이 없을까. 그 어렵다는 고시라든가 살인적 경쟁의 공무원 시험을 통과한 꽤 똑똑한 수재들이 그토록 많은데도 말이다. 트럼프가 와서 혼내지 않았다고 모든 정치인이 감읍해서 기뻐 날뛰는 것이 영락 잔치 집 분위기다. 거기다 언론은 또 펌프질까지 해대니. 못난 것들 눈뜨고 코 베가는 줄도 모르고.